항체가 암세포 찾아가 치료제 '탄두' 주입
J&J·암젠 등과 기술이전·공동연구개발 계약
누적 계약 10조 육박…작년에 흑자 전환
하반기부터 임상 결과 발표 등 잇따라
K-신약개발의 미래를 이끌 회사로 주목받아온 리가켐바이오 (옛 레고켐바이오) 주가는 지난해 11월 52주 신고가를 찍은 이후 아직 뚜렷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금리 인하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약개발 선급금과 마일스톤만으로 지난해 흑자전환한 리가켐바이오에 대한 증권가 전망은 밝은 편이다. 올해 실적 예상 평균치는 매출액 2041억원에, 당기순이익 578억원이나 된다.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16만 1000원이다. 10여개 파이프라인의 기술이전과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맺은 만큼, 하반기에 기대할 임상 결과 발표 등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틈새가 대세가 될 때까지…ADC 한우물로 '대박'
리가켐바이오는 2006년 LG화학 연구소장 출신 김용주 대표가 창업했다. 국내외에서 ADC(Antibody-Drug Conjugate·항체-약물 결합체)란 개념이 생소하던 시절부터 ADC 연구개발에 전력투구해 왔다. 지난해 3월 말 오리온그룹이 김 대표 등 임원 지분을 인수하는 한편,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지분율 25.6%)가 됐다. 여전히 연구개발은 김 대표가 이끌고 있다.
ADC는 정밀유도로켓과 비슷하다. 정밀유도로켓은 정확하게 타깃으로 삼은 곳에만 탄두(페이로드·Payload)를 떨어뜨린다. ADC는 항체가 특정 항원에만 달라붙는 특성을 활용한다. 항체(Antibody)에 암세포를 공격하는 독성물질(톡신·Toxin)이나 치료 효과를 가진 단백질을 페이로드로 매달아 암세포에 보낸다. 이때 항체와 페이로드를 연결하는 물질이 링커(Linker)다. 항체가 암세포 항원을 찾아가면, 세포가 외부 물질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작용(내포작용·Endocytosis) 때문에 페이로드도 함께 암세포 내부로 들어간다. 결과적으로 페이로드가 암세포에 작용해 치료효과를 내게 된다. 전통적인 저분자 화합물 치료제가 암세포 외에 다른 정상세포에도 작용해 부작용이 큰 단점을 줄였다.
리가켐바이오는 페이로드와 링커, 그리고 항체와 링커를 결합하는 방법 등을 오랫동안 연구해 자체 개발한 ADC 플랫폼 원천기술 '콘쥬올(ConjuALL)'을 보유하고 있다. 콘쥬올을 활용해 다양한 후보물질을 발굴했고, 10여개 파이프라인은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임상을 진행하거나 공동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정재원 iM증권 애널리스트는 "선급금, 마일스톤 등이 각 파이프라인의 임상 단계가 진행될수록 늘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막대한 현금보유…파이프라인 계속 발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ADC 시장은 지난해 약 22조원 규모에서 2030년까지 81조원으로 연평균 2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리가켐바이오 입장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임상 단계가 높아짐에 따라 기업가치가 커질 수밖에 없다.
당장 올해 하반기에 다양한 임상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중국 포선제약과 영국 익수다로 기술을 이전한 유방암 치료제 HER2 ADC(품명 LCB-14)가 대표적이다. 중국 내 판권을 가진 포선제약은 하반기에 중국 바이오신약허가(BLA) 신청을 해, 2027년 상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권리를 가져간 익수다도 임상 1a상 데이터를 발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방암 치료제의 블록버스터로 성장하고 있는 '엔허투'를 치료받은 환자가 이후 내성이 생겼을 때 LCB-14를 치료제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5월 기준 임상 1상 중간 결과에서, 엔허투로 치료받은 환자 5명 중 4명에서 부분관해를 확인했다"며 "10월 열릴 유럽종양학회(ESMO) 발표에서 임상 1상 전체 결과와 더불어 엔허투로 치료받은 환자의 결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시스톤에 기술을 이전한 ROR1 ADC(LCB-71)는 하반기 미국혈액학회를 통해 진행 중인 임상 1b상에 대한 데이터를 발표하고 내년 상반기 임상 1상을 종료할 것으로 보인다. 페이로드에 PBD 전구체(Prodrug)를 적용한 기존 물질 대비 부작용이 적다는 점이 강점이다. 현재 LCB-71은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DLBCL)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으나, 향후 비호지킨림프종, 호지킨림프종 등 다른 적응증으로 확대 가능성이 있다.
2023년 J&J에 기술수출한 TROP2 ADC 파이프라인 LCB-84도 하반기 임상 1상을 종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J&J는 현재 고형암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반기 임상 2상에 진입한다면, 마일스톤 수령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J&J가 현재 공동개발 형태에서 단독개발 옵션을 행사한다면 그에 따른 추가 수익도 발생할 수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신약 개발 기업 가운데 드물게 흑자를 냈을 뿐만 아니라 5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B7-H4, STING 등 새로운 단백질 타깃과 페이로드 기반의 신규 ADC 파이프라인이 중장기적으로 리가켐바이오의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넥스트큐어와 공동개발 중인 B7-H4 타깃 ADC인 LNCB-74는 현재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리가켐바이오가 보유한 다른 파이프라인과는 다르게 글로벌 대비 개발속도가 느리지 않다.
조시영 기자 ibp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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