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리딩방 사기 등 투자사기
금융감독원 가이드라인 배포에도
구제신청 소극적인 금융사
이를 강제할 법안 없어
그 사이 사기이용계좌 지급정지 5년간 4배↑
대선 공약에 전무한 민생사기 대책
민생 챙기려면 범죄 대책 마련부터
가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투자금을 받고 잠적하는 주식 리딩방 사기도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본지 단독보도 이후 제보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뿌듯한 제보도 있었다. 그간 시중은행에서 피해구제를 받아주지 않다가 기사를 첨부한 문서를 보낸 이후 신청을 받아줬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제보 대부분은 은행이나 카드사가 사기 이용계좌 지급정지 또는 피해금 환급을 위한 피해구제 신청 자체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얼마 전 한 청년이 전화를 걸어왔다. 떨리지만 화가 묻어있는 목소리였다. 그는 "그냥 길 가다 전화를 받았는데 주식투자 권유였고, 주식 매매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한다면서 카드 결제로 돈을 뜯어 갔어요. 그런데 카드사에선 (피해구제 신청이) 안 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요"라고 하소연했다. 카드사는 주식리딩사기를 당한 게 아니라 주식리딩 '서비스'를 받은 것이며 이 서비스와 관련된 계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피해구제를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청년은 며칠 전 제보 메일을 보낸 중년 여성의 아들이기도 했다. 전업주부인 이 여성도 5년 전 수백만 원을 잃고 지금까지 카드사에 피해구제를 신청하고 있지만 묵살된 상태다.
이들에게 해준 조언은 금융감독원에 민원 신청을 하고 경찰이 발부한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카드사에 제출하는 등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이렇듯 금융사의 신청허가만 바라보는 현실은 매우 안타깝다.
취재 단계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금감원에서 사기로 판단해도 금융사가 이를 따라야 한다는 법이 따로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입법 시도는 있으나 법안 통과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법이 피해자들을 구제하지 못하는 사이 관련 사기 범죄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사기이용계좌 지급정지 건수'를 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사기이용계좌 지급정지 건수는 2020년 총 1만827건에서 지난해 4만5904건으로 4배 이상 늘었다.
대통령선거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들이 10대 공약을 내놓으며 민생을 살피겠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민생 범죄 관련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투자사기 피해자들은 대개 위 사례처럼 서민이 많다. 이들에 대한 실질적 구제와 사기범죄 근절 대책이 진정한 민생 정책의 첫걸음임을 지도자들이 인식해야 한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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