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진출 포기하고 홍콩증시로
美 잠재 제재 대상…"중국군에 협력"
나트륨이온배터리 기술 확보 총력전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이 홍콩 주식시장에 입성하면서 미국 투자자들의 유입을 원천 차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군과의 연계 의혹을 이유로 CATL을 군사기업 블랙리스트에 올린 상황에서 향후 미중 간 무역분쟁 악화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세계 배터리시장의 38%를 장악한 CATL이 기업공개(IPO)로 조달한 수조원의 자금을 나트륨전지 양산화 기술 확보에 활용할 수 있어 향후 점유율이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CATL, 선전 이어 홍콩증시 상장…美 투자금 거부
중국 기업인 CATL은 지난 20일 홍콩증시 상장 첫 날, 공모가인 263홍콩달러보다 16.4% 높은 306.2홍콩달러로 마감했다. CATL은 총 46억달러(약 6조4000억원)를 조달해 올해 전세계 IPO 중 가장 큰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선전증권거래소에서도 거래되던 CATL 주가는 홍콩증시 상장 전후 상승세를 보였다. 노동절 연휴 이후 거래일이었던 이달 6일 231.63위안이었던 CATL의 주가는 홍콩 상장일인 20일 263위안으로 올라섰다. IPO 성공으로 유럽시장 진출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주가 상승세로 연결됐다. CATL은 조달한 자금의 약 90% 이상을 헝가리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공장이 완성되면 유럽 완성차 브랜드인 BMW,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CATL은 해외투자를 늘리기 위해 홍콩증시 상장을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작 미국 투자자들의 자금은 받지 않았다. 미국 내 투자자에게 주식 판매를 제한하는 '레귤레이션 S' 방식으로 IPO를 진행했다. 미국 개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이 CATL에 직접 투자할 수 없고, 제3국 투자기관을 통한 우회투자만 가능하다.
美 국방부 잠재 제재 대상…군사기업 블랙리스트 올라
CATL은 IPO 계획 초기에 미국 나스닥 상장이 유력했다. 하지만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집권한 후 양국간 무역분쟁이 심화되고 미 국방부가 CATL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리면서 나스닥 상장이 불투명해졌다.
미 국방부는 올해 1월 CATL을 중국 군사기업 블랙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중국군이나 공산당 하부조직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지배, 소유, 통제되는 것으로 판단되는 기업들의 명단이다.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기업들은 2026년부터 미 국방부와 거래 및 계약이 전면 금지된다. CATL은 중국군과의 연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미 정부는 중국군 현대화 사업에 CATL이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직접투자를 받지 않게 된 것도 이러한 양국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CATL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홍콩에서 진행되는 대형 IPO에 미국 본토 투자자가 배제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미·중 간 긴장이 IPO 시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CATL 상장에 레귤레이션S 방식을 선택한 것은 미국 내 법적 책임에 대한 노출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상황에 따라 미 재무부가 CATL과 거래하는 미국 기업들에게 제재에 동참하라고 압력을 가할 수도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나트륨이온 배터리 기술 선점…시장점유율 더 올라가나
CATL은 지난달 상하이모터쇼 개막을 이틀 앞두고 개최한 테크데이 행사에서 나트륨이온 배터리인 '낙스트라(Naxtra)'의 상용화 준비가 완료됐으며 하반기 중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IPO로 자금조달에 성공한 CATL이 하반기부터 나트륨이온 배터리 양산에 들어가면 배터리 시장 내 점유율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CATL의 지난해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37.9%로 4년 연속 세계 1위다. 2위는 중국 비야디(BYD, 16.7%)로 두 기업의 점유율만 합쳐도 54.6%에 달한다.
CATL이 양산을 계획 중인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 주 재료인 니켈, 리튬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나트륨을 주 재료로 한다. 또한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니켈이나 리튬보다 안정성이 높아 화재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이 있다.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상용화에 성공하고 대량생산이 본격화되면 다른 배터리보다 가격이 저렴해질 수 있다. 에너지분야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는 2035년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기존 배터리 대비 11∼24% 정도 낮은 가격에 생산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