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30년물 금리 5% 재돌파
2023년 10월말 이후 최고치
10년물도 다시 4.5% 위로
트럼프 감세안 처리 압박 탓
무디스 美 등급 강등 이어 재정적자 우려
미국 국채 금리가 장기물 중심으로 치솟고 있다. 30년물 금리는 5%, 10년물 금리는 4.5%를 재돌파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감세안 추진에 재정적자 악화 우려가 짙어지면서 미 국채 투매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글로벌 채권 시장에 따르면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이날 동부시간 오후 3시29분 기준으로 전 거래일 대비 11bp(1bp=0.01%포인트) 뛴 5.07%를 기록 중이다. 이는 2023년 10월말 이후 최고치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보다 10bp 상승한 4.58%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투자자들이 장기물 중심으로 미 국채를 팔아치우면서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가 급등세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을 앞세워 재정적자를 더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감세안을 추진한 게 트리거가 됐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의원들을 만나 감세, 국경 강화 예산 등 주요 공약을 담은 '메가 빌' 처리를 압박했다. 법안에 반대하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에겐 다음 선거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세수 감소분이 미 의회예산국(CBO), 무디스 등 주요 기관 추정치 기준 최소 3조달러 이상에 달할 것이란 점이다. 현재 공화당 지도부가 당내 이견을 좁힌 뒤 이날 밤 하원 표결에 부치기로 하면서 재정적자 악화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미 국채 물량을 받아 줄 투자 수요도 지지부진하다. 미 재무부는 이날 160억달러 규모의 20년물 국채 입찰을 진행했다. 투자 수요 부진으로 이번 국채 경매 낙찰 금리는 5.047%로 결정됐다. 2020년 이후 최고치다. 지난 6개월간 평균(4.613%) 보다 46bp나 더 높았다. 재정적자 악화 우려에, 미 국채 경매 부진까지 겹치며 금리가 치솟고 있는 것이다.
특히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주택담보대출부터 기업대출까지 모든 차입 비용의 기준이 돼, 10년물 금리 상승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
CFRA 리서치의 샘 스토벌 최고 투자 전략가는 "재정적 관점에서 지금 중요한 질문은 이 세법이 어떤 모습일지, 또 단순히 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기만 함으로써 (트럼프 2기의) 재정 긴축을 무산시킬지에 대한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둔화와 부채 감축을 위해 우리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에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뛰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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