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현 삼일PwC 파트너
"획일화된 내부통제 도입 경계해야"
"내부통제 실효성 강화 위해 통합전략 중요"
"금융사 내부통제도 밀키트보다 때로는 오마카세가 필요하다."
윤여현 삼일PwC 파트너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2025 아시아금융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금융사가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도입하는 내부통제 장치가 점차 획일화되고 있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윤 파트너는 아시아경제가 주최한 이번 포럼에 참석해 '책무구조 시행에 따른 선제적 금융사고 예방과 대응'을 주제로 발표했다.

윤여현 삼일PwC 파트너가 21일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금융포럼(Asisn Financial Forum 2025)'에 참석, '책무구조 시행에 따른 선제적 금융사고 예방과 대응'이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5.5.21 조용준 기자
금융사고 왜 끊임없이 발생하나
금융감독원 통계에서 국내 금융업권 금융사고는 2019년부터 지난달까지 약 6년간 8423억원(468건) 규모로 발생했다. 금융업은 업권 특성상 돈과 관련된 업무가 많다는 점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윤 파트너의 설명이다.
그는 금융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유로 조직 내 지나친 성과압박과 허술한 내부통제, 개인적인 경제 문제 등을 꼽았다. 윤 파트너는 "사실 회사 내부 규율이 미흡해서 금융사고가 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 "있는 규칙을 그저 관성에 따라서만 하고있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윤 파트너는 기본만 충실해도 금융사고의 상당 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삼일회계법인이 수년간 금융사고가 일어난 원인에 대해 분석한 결과 34%는 허술한 내부통제 활동, 16%는 업무분장 미비로 발생했다"면서 "금융사고를 막기 위한 회사 내 정책이나 절차가 이미 있지만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내부통제 '넷플릭스' 통해 배워야"
윤 파트너는 최근 국내 금융사가 내부통제 강화 일환으로 책무구조도를 도입하는 상황을 설명하며 넷플릭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는 시가총액 약 700조원 규모의 나스닥 상장사다. 그는 "넷플릭스의 내부통제는 획일적·형식적 규정을 따르는 게 아닌 조직문화 자체를 관리한다"면서 "충분한 성과보상을 통해 직원들이 넷플릭스에 최대한 이로운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의 회계관리제도를 비교하며 기업이 내부통제를 다루는 방식에서 큰 문화적 차이가 있다고 했다. 한국은 2019년 상장사에 내부회계관리제도가 도입된 이후 외부감사인의 의견변형(외부감사인으로부터 적정 감사의견이 아닌 다른 의견을 받은 경우) 비율이 2~3% 내외를 유지중이다. 반면 미국은 도입 첫해인 2004년 15.8%였고 최근엔 8% 수준이다. 윤 파트너는 "한국 기업이 미국보다 월등히 뛰어나 이런 결과가 나온 건 아닐 것"이라며 "이는 내부통제와 관련해 제도적·문화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윤여현 삼일PwC 파트너가 21일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금융포럼(Asisn Financial Forum 2025)'에 참석, '책무구조 시행에 따른 선제적 금융사고 예방과 대응'이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5.5.21 조용준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미국의 경우 시가총액 7500만달러(약 1000억원) 미만 기업은 내부회계관리제도 상 외부감사를 면제받는다. 대신 경영진 스스로 회사의 내부통제에 대한 의견을 제출한다. 2022년 기준으로 외부감사를 면제받은 기업 경영진 40%는 자신의 회사에 대해 "중대한 취약점이 있다"고 평했다. 윤 파트너는 "밖에서는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데 경영진 스스로 손들고 우리 회사의 내부통제 장치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과연 우리나라에 이 제도가 도입되면 스스로 손들고 나설 기업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내부통제를 어떤 목적으로 하는 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만한 시사점을 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미국의 많은 경영진들은 내부통제를 단지 형식적 면피 수단으로 대하는 게 아닌 기업을 진정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활용한다는 얘기다.
윤 파트너는 내부통제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비즈니스 속성과 리스크, 내부통제 간 연계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통합전략과 컨트롤타워 부재로 리스크 사각지대와 중첩 등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도 내부통제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윤 파트너는 "사업이 진화하면 리스크와 관리도 진화한다"면서 "우리가 내부통제의 '형식'에 너무 자원을 낭비하고 있지 않은지 고민해보고 사업의 리스크와 관리의 본질에 대해 집중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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