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경영연구소 보고서
"해외선 도파민 뱅킹 활용 활발…Z세대가 열광"
"AI 챗봇으로 진솔한 대화…보상으로 즉각적 만족감도"
"은행 변경률 높은 Z세대…충성도 높이는데 기여"
해외에서 주목하고 있는 '도파민 뱅킹'이 금융 유목민 성향이 강한 Z세대의 이탈을 막는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편리하고 직관적인 금융 상품과 보상 심리를 자극하는 금융 서비스가 Z세대의 성향과도 잘 맞아떨어져 충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금융에 즐거움을 더하는 도파민 뱅킹의 부상'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이미 핀테크 기업과 인터넷전문은행(인뱅)을 중심으로 도파민 뱅킹 전략이 Z세대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파민 뱅킹은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 쾌감과 즐거움의 요소를 금융상품, 금융서비스에 접목해 고객의 뱅킹 앱 몰입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게임이나 쇼핑처럼 고객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즐거움과 보상이 제공되도록 설계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자극과 재미, 보상을 추구하는 Z세대의 특성과도 맞닿아있어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미국의 모바일 송금 서비스인 '벤모'는 도파민 뱅킹 전략으로 Z세대를 공략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투자자문회사 마놀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Z세대의 90%가 '벤모'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앱은 지루한 기존의 금융 앱 이미지를 탈피하고 직관적인 디자인과 생동감 있는 시각효과로 Z세대의 호응을 얻었다. 송금 시 이모티콘 기능을 도입하고 실시간 알림을 제공해 즉각적인 만족감도 높였다.
2016년 설립한 영국의 핀테크기업 '클레오'는 Z세대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 전략으로 출시한 지 1년6개월 만에 6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클레오'의 도파민 모멘트는 쉽고 유머러스한 설명으로 금융 조언을 제공하는 인공지능(AI) 챗봇이다. 고객 요청에 따라 냉소적인 어조의 '디스 모드'와 낙관적 어조의 '칭찬 모드'를 도입해 코칭에 재미를 더했다. 또 소비 습관에 기반한 '절약 미션'과 퀴즈 등으로 마치 게임처럼 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 호응을 얻었다.
반면 대형 은행인 HSBC는 핀테크 벤처 법인을 설립, 1억5000만달러(한화 약 2000억원)를 투자해 해외송금 앱 '징(Zing)'을 지난해 출시했으나 저조한 실적으로 1년여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기존 고객도 가입 시 고객 확인 절차를 재차 수행하고, 국내 ATM 인출 시 수수료를 부과하면서 고객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후발주자임에도 경쟁사 서비스와 차별화되는 요소가 적었고, 타깃 고객도 명확하지 않아 오히려 기존 HSBC 이용 고객의 혼란만 야기했다.
강윤정 KB금융연구소 연구원은 "금융사는 도파민 뱅킹을 통해 고객 만족도와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며 "특히 거래 은행 변경률이 높고 애드블로킹 성향이 강한 Z세대의 이탈을 막는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도파민 뱅킹이 성공하려면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고객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팁과 넛지를 제공해야 한다"며 "고객의 생활패턴을 파악해 고객이 미처 인지하기도 전에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도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주기적으로 상품과 서비스, 앱을 개선해 신선한 몰입감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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