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미국과 중국은 상호관세를 잠정적으로 90일간 공히 115%포인트씩 인하하는 데 합의했다. 2월 4일부터 시작되어 악화를 거듭해 온 양국 간의 관세전쟁이 예상을 깨고 조기에 잠정 합의에 이르자 금융시장은 크게 환영했다. 하지만 잠정 합의가 끝나는 90일 후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낙관론은 중국으로부터 수입하지 않으면 미국 슈퍼마켓의 선반을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은 90일 후에도 변화가 없을 것이며, 따라서 미국이 압박을 강화하기 어렵다는 데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양국의 제네바 협상 결과에 대하여 주목해야 할 몇 가지 사실들이 있다. 첫째, 주요 언론들은 중국이 일방적으로 승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둘째, 그동안 관세전쟁이 가져온 충격에 비하여 미국이 얻어낸 성과가 협상의 기술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빈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셋째, 언론의 부정적인 평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관세정책을 다시 호전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도록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1기 정부의 대중국 협상은 2018년 1월 첫 2주간 유화적으로 진행되었으나, 미국 언론들이 비판적인 평가를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론으로 돌아서 협상은 2년간의 장기전을 거쳐 2020년 1월에야 마무리된 바 있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과의 무역 협상은 이제 장기전의 서막을 열었을 뿐이며, 그 결과는 여전히 높은 불확실성 속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문제는 협상 결과에 대하여 어떤 예상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시장에서는 이익과 손실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이래 세계의 경제 뉴스는 매일 트럼프 대통령의 '한 말씀'을 주목하고 있으며, 여기에 '트럼프노믹스'에 의해 생소한 논리의 설명과 전망이 추가됨으로써 시장과 경제주체들은 극도로 혼란에 빠져 있다. 예로 베선트 재무장관은 미국 경제가 관세 조정과 감세와 규제 완화의 3단계 정책으로 내년에 3% 성장을 실현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피력했으며, 세계 자본의 피난처로서 미국의 위상에 대해서도 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이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베선트 재무장관의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3%는 월 스트리트 투자 은행들의 전망치 평균 2025년 1.3%, 2026년 1.1%와는 큰 차이가 있다.
반면에 지난 7일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관세가 대폭 상승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인플레이션은 높아지고, 경제성장은 둔화하며, 실업률은 높아질 것이다"며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하지 않다. 경제 흐름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블름버그 통신은 "정말 누구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심지어 연준조차도"라고 지적할 만큼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문제는 심각하다.
주목해야 할 점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가 세계 경제에 장기적으로 심각한 충격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2015년까지 장기침체를 겪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트럼프 2기의 관세정책은 세계 경제에 세계 금융위기보다 다 심각하고 장기간에 걸친 충격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비관적 전망으로 봄맞이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실수보다는 낙관적 전망으로 혹독하고 긴 겨울을 제대로 대비하지 않은 결과가 훨씬 위험하다. 따라서 지금은 트럼프 불확실성으로 인해 세계 경제의 다가오는 긴 겨울을 대비할 필요가 절실한 시점이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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