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보고서 '디지털 시대 아동의 삶'
女청소년…사이버불링 등 온라인 고통 더 컸다
디지털 환경이 아동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여성 청소년이 남성 청소년보다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환경에서 훨씬 더 큰 정서적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청소년은 남성 청소년보다 온라인에서 모욕, 차별과 같은 부정적인 콘텐츠에 더 자주 노출되고 그로 인한 심리적 상처도 더 크게 경험한다는 것이다.
2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디지털 시대 아동의 삶’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청소년은 남성 청소년보다 온라인 활동과 정신 건강의 부정적인 연관성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OECD의 조사에 따르면, 2021~2022년 OECD 조사에서 여성 청소년의 12%가 소셜미디어 사용 과정에서 일상을 방해받거나, 감정적 고통을 겪는 등 부정적 경험을 한다고 답했다. 이는 남성 청소년(8%)보다 높은 수치다.
사이버 불링(사이버상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을 경험한 적 있다는 비율 역시 여학생이 15%로, 남성 청소년(10%)보다 높았다. 디지털 기기가 없으면 불안함을 느끼는 비율도 여성 청소년(22%)이 남성 청소년(13%)보다 높았다. 가족과의 갈등이나 소셜미디어 사용 줄이기 실패와 같은 집착적인 사용 경향도 여성 청소년에게서 더 두드러졌다. OECD는 “여성 청소년은 소년보다 감정적 유대나 외모 검증, 사회적 보상과 같은 심리적인 요인 때문에 소셜미디어를 더 자주, 더 오랫동안 사용한다”며 “여성 청소년은 외로움이나 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고 분석했다.
고소득 아동, 디지털 기기로 공부할 때....저소득 아동은 '게임'
사회경제적 격차도 온라인 경험의 차이로 이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소득 가정의 아동은 디지털 기기를 학습이나 정보 탐색에 더 많이 활용했고, 디지털 리터러시도 높았다. 반면 저소득 가정의 아동은 오락과 게임 중심의 사용이 많았고 위험에도 더 많이 노출됐다. 예를 들어 고소득층은 학습 목적의 디지털 활용이 저소득 가정 아동보다 12%포인트 더 높았고, 저소득층은 7시간 이상 게임을 하는 비율이 고소득층보다 2배 이상 높았다.
OECD는 아동의 디지털 활동은 부모의 관심·감독, 가족 내 대화·규칙, 학교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교사의 지도, 지지 관계가 있는 또래 관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진단했다. OECD는 “스페인 연구에서는 저학력과 야간 근무 어머니를 둔 아동은 부모와 상호작용 시간이 줄고, 감독 없는 스크린 타임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가족 내 갈등도 불건강한 디지털 활동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OECD는 오프라인에서의 취약성(부모의 양육 부재, 사회적 고립 등)이 온라인에서의 위험(과몰입, 사이버불링, 유해 콘텐츠 노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프라인에서 스트레스나 외로움을 느끼는 아동은 온라인 공간을 도피처로 삼아 문제적 사용에 빠질 위험이 높다고 봤다. 보고서는 “여학생과 저소득층 아동이 경험하는 문제는 사이버 공간의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복합적인 환경·정서·문화적 요인이 맞물린 구조적 문제”라며, “단일 대책만으로는 실질적인 해결이 어렵다”고 했다.
오프라인 외로움이 온라인 악영향 유발…단순 접근 안 돼
그렇기 때문에 OECD는 청소년들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높이기 위해선, 교육부·보건부·디지털 정부 부처 간 협력뿐 아니라 학부모와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협력해 다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OECD는 노르웨이 사례를 통합적 접근 모델로 언급했다. 노르웨이는 ‘안전한 디지털 성장 국가전략’을 통해 교육·보건·디지털화 부처가 함께 정책을 기획·집행·평가하는 10년 단위의 장기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시민사회, 연구기관이 모두 참여해 아동의 온라인 환경 속 안전·포용·교육·조기 개입을 통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OECD는 또 이는 국경을 넘는 문제인 만큼, 국제적 협력과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책임 강화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디지털 서비스 제공자들이 아동 보호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각국이 협력해 아동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공동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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