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9월 영화 '가능한 사랑' 촬영
"프랑스에서 제작비 일정 부분 조달"
이창동 감독이 '버닝'(2018) 이후 7년 만에 장편영화 메가폰을 잡는다.
19일 영화계에 따르면 이르면 9월 신작 '가능한 사랑'을 촬영한다. 연내 크랭크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에 후반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작품은 지난달 23일 끝난 영화진흥위원회의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 지원 예비 심사'를 통과했다. 현재 최측근 외에는 내용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극비리에 촬영이 준비되고 있다. 해당 사업의 최종 지원작 선정 결과는 다음 달 초 발표된다.
영진위가 공개한 예비 심사 통과작 목록에서 이 작품은 '국제 공동제작'으로 분류돼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프랑스의 배급·제작사가 내년 칸국제영화제 출품을 목표로 제작비의 일정 부분을 조달한다"고 전했다. 이 감독의 친동생이기도 한 이준동 파인하우스필름 대표는 "아직 제작 초기 단계"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번 작품의 주연으로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을 캐스팅했다. 전도연은 이 감독의 '밀양'(2007)에서 고통에 짓눌린 나약한 영혼을 섬세하게 표현해 2007년 한국 배우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당시 이 감독은 "어떻다고 말하기 힘든, 정해진 그릇에 담기 어려운 배우다. 진폭이 큰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기 때문에 뭐라고 규정하기 어렵다"고 극찬했다.
설경구는 이 감독과의 만남이 영화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하사탕'(2000)과 '오아시스'(2002)에서 사실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이 감독은 2018년 박하사탕 재개봉 기념 행사에서 "(촬영하면서) 잘한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항상 믿고 의지했다. 설경구라는 배우를 만난 건 내게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조인성은 '더 킹'(2017), '모가디슈'(2021), '무빙'(2023) 등에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이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이 감독과 호흡을 맞추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과거 오아시스의 조감독 출신 김광식 감독의 '안시성'(2018)에 출연하며 간접적으로 이 감독의 색깔을 경험했다. 당시 그는 "이창동 감독님께서 시나리오를 봐주셔서 그런지, 멋진 대사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다채로운 걸작들을 남긴 세계적 거장이다. 군더더기 없는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삶과 세상에 질문을 던진다. 최근 아카데미상 5관왕에 오른 영화 '아노라'의 숀 베이커 감독이 '가장 존경하는 감독'으로 꼽을 정도다.
그의 출발점은 소설이었다.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일하던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전리(戰利)'가 당선돼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소지'(1987), '녹천에서 똥이 많다'(1992) 등 서민의 시선을 담은 작품들로 문단의 호평을 받았다.
1997년 영화 '초록물고기'를 통해 연출가로 데뷔한 그는 2000년 박하사탕으로 충무로 대표 감독으로 떠올랐고, 2002년 오아시스로 베니스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2003년에는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잠시 공직에 몸담았다. 2007년 '밀양'으로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올랐으며, 2010년 '시'로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았다.
올해 2월에는 첫 영문 단편소설집 '눈 오는 날(Snowy Day and Other Stories)'을 출간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출판을 주도한 미국 펭귄북스는 "1980년대 한국에서 출판돼 2025년 처음 영어로 번역된 이 뛰어난 이야기들은 불의와 배신을 탐구한다"며 "가족, 강자와 약자, 지키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의 갈등을 생생하게 묘사했다"고 평가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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