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정재계 인사들 회원으로
부동산·가상화폐 사업 활발히 추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전세계 정재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회원비 50만달러(약 7억원)의 고액 사교클럽을 만들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 클럽의 이름이 '이그제큐티브 브랜치(Executive Branch·행정부)'로, 아버지의 대통령직을 이용해 사적 이득을 추구한다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현재 중동, 유럽, 아시아 각국을 돌며 주요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고 이들을 '행정부' 클럽의 회원으로 영입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클럽은 올해 6~7월경 워싱턴 DC 조지타운에 클럽하우스를 열고 회원들이 비밀리에 회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에서 후원자들이나 측근들이 비밀리에 회동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는데, 이와 유사한 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 클럽에서 절대 언론 노출이 되지 않도록 보안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외에도 유럽, 중동, 아시아 각국의 정재계 인사들이 회원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클럽에서 로비나 정책, 사업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또한 가상화폐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코인인 '트럼프 토큰'과 영부인 멜라니아 코인이 이미 출시됐으며, 최근에는 트럼프 주니어와 동생 에릭 트럼프가 함께 '아메리칸 비트코인'이라는 코인을 만들고 있다.
현재 미국 내 뉴햄프셔, 애리조나, 텍사스 등 공화당 강세 지역을 중심으로 비트코인 비축법이 하나둘씩 통과되고 있어 가상화폐 자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는 가상화폐에 부정적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2기에 들어 크게 바뀐 점도 주목된다.
트럼프 주니어는 코인 발행뿐 아니라 거래소 설립, 채굴장 사업에도 손을 대고 있어 가상화폐 산업의 수직 통합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가 끝난 후 여러 재판으로 부동산 자산이 동결되거나 몰수될 가능성을 대비해 자산을 가상화폐로 옮기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트럼프 주니어의 행보에 대해 미국 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미국 대통령은 사적 이득을 취하지 못하도록 재산을 모두 신탁하게 돼 있는데, 정작 가업을 물려받은 아들이 대형 사교 클럽을 만들고 각종 사업을 벌이는 모습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트럼프 주니어는 이러한 비판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인터뷰에서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도 그림 한 점에 20만달러(약 3억원)씩 팔았지 않느냐"며 "그때는 아무 말 없더니 왜 나만 공격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한 헌터 바이든이 탈세 문제, 총기 소지법 위반, 러시아 스캔들 등 여러 구설수에 올랐음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에 전부 사면해 줬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정계에 직접 진출하지 않고 가업인 트럼프 사의 대표직을 맡고 있지만, 아버지의 막후 실세로서 정치적 영향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부터 유럽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했으며, 어렸을 때 외가가 있던 체코에서 오래 체류해 체코어와 독일어에 능숙하다고 한다.
특히 JD 밴스 부통령 지명 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트럼프 참모진 내에서도 발언권이 센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어렸을 때 체코가 소련의 지배를 받던 시절 반공 의식이 커졌고, 이것이 미국 민주당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져 아버지의 정치적 행보를 적극 지지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비공식적인 막후 실세를 통한 해외 인사들과의 관계 확대가 향후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행정부와 공화당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당장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미래의 정치 상황 변화에 따라 부정적인 영향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마예나 PD sw93y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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