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무역수장, 美와 통화
실무급 교섭 심화 약속
본격 세부 논의 시작
부가세·적정 관세율 등 갈등
낙관적 기조 합의 가속도
협상 불발 땐 "관세보복"

마로시 셰프초비치 유럽연합(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이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무역장관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미 무역협상 경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관세 협상 중인 유럽연합(EU)의 무역 수장이 15일(현지시간) 양국이 협상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유럽과 미국은 EU의 세제 규정과 적정 관세율 등 양국 이해관계가 첨예한 무역 쟁점을 두고 '핑퐁 게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이 영국에 이어 중국과 차례로 무역 합의 성과를 올리면서 EU 내부에서도 대미 협상 관련 기대감이 커졌다.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통화…실무급 교섭 심화"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무역장관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14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다시 건설적인 통화를 했으며 우리는 실무급(technical levels)에서 교섭을 심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세부 논의가 진행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는 이어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도 조금 전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으며 아마도 브뤼셀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의에서 조만간 (다시) 만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집행위는 협상안을 수정해가며 미국과 대화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 대미 투자 확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및 인공지능(AI) 반도체 구매 확대 등 양보안을 검토 중이며 미국과 상호 무관세도 포함됐다고 미국 블룸버그 통신 등은 전했다.
미국의 일부 요구는 여전히 EU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다. 일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 비관세 장벽으로 꼽아온 EU의 부가가치세(VAT)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에도 EU를 두고 "어떤 면에서는 중국보다 더 악랄하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이를 두고 EU 역시 세제와 규제는 양보할 수 없는 주권 사안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적정 관세율을 둘러싼 양국 시각차로 극명하다. 일례로 EU는 지난 8일 미국과 첫 번째 무역 합의를 이뤄낸 영국의 협상 수준 이하 합의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영국이 수용한 기본(보편)관세 10%보다 낮은 무관세 수준의 합의를 원한다는 의미다. 세프코비치 집행위원은 지난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도 10% 관세율에 대해 "매우 높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시사한 바 있다.
EU 내부서 대미 협상 기대감 커져
이런 쟁점들 속에서 간극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협상에 임하는 양국의 진정성에 달려 있다. 다행스러운 대목은 미국이 영국(8일), 중국(12일)과 차례로 무역 합의를 이뤄내면서 이를 지켜본 EU 내부에서도 대미 협상 기대감이 커졌다는 점이다. EU 상반기 의장국인 폴란드의 미하우 바라노브스키 경제개발기술부 차관은 "미국 측에서 긴장을 완화하는 요소들을 보여 일부 낙관적"이라며 "(미국의) EU 협상이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요구사항 없이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던 미국이 협상에 진정성을 보이려는 기조도 감지됐다. 미 행정부는 이번 주 EU 집행위에 '관세 타협안'에 대한 반응을 담은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이 보도했다. 이 서한에는 미국의 요구사항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회신을 보낸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EU 협상 국면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긍정적이며 구체적인 반응이라고 폴리티코는 해설했다.
EU는 협상 실패 시 보복관세에 나선다는 방침도 재차 확인했다. 앞서 EU는 90일 내로 경제적 보복 조치를 발효시킬 계획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는 약 210억유로(약 33조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을 겨냥한다. 이와 별개로 구글, 메타 등 유럽과의 서비스 무역에서 막대한 이익을 내는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를 겨냥한 추가 보복도 병행한다는 구상이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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