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 "통상환경 불확실성 고조…APEC, 다자무역 복원 역할 해야"
한미·미중 잇따른 협상 속 통상 지형 재편 움직임…제주서 물밑 접촉 활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가 15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막을 올렸다. 주요국 통상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한미 간 관세 협상이 분수령에 다가서고, 미중이 사흘 만에 다시 협상에 나서며 다자 통상 질서에도 긴박함이 흐르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회의 기간 별도의 장관급 회담을 갖고, 관세·비관세 분야 협상의 중간 점검에 들어간다. 이날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단독 면담을 갖는데 이어, 16일엔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그리어 대표와 양자 회담을 갖는다. 한미 양측은 오는 7월 8일 타결을 목표로 추진 중인 '7월 패키지' 협상의 진전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정 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제가 그리어 대표와 본부장급 미팅을 진행하고, 내일은 장관과 함께 심도 깊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계획적으로 접근해 구체적 진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달 워싱턴DC '2+2 통상협의'에서 기본 방향을 맞춘 바 있다. 특히 한국은 이번 회담에서 조선·에너지 협력 방안을 제시하는 동시에, 자동차·반도체 등 주요 품목에 대한 미국 관세 인하를 이끌어내는 데 협상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최근 미국이 중국과 전격적으로 관세 인하 합의를 이룬 점을 고려할 때, 한국에 대해서도 일정한 유연성을 보일 가능성이 주목된다.
이날 APEC 회의장에서는 미국과 중국 간 추가 협상 움직임도 포착됐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오늘(15일) 오후 미중 양측이 고위급 회담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다만 양측 요청에 따라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스위스 제네바 회담에서 상호 관세를 각각 115%포인트 인하하기로 합의한 직후의 사흘만의 재회다.
양국의 이번 제주 회동은 단순한 이행 점검을 넘어 추가 협상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제네바 합의는 글로벌 통상시장에 미중 갈등 완화 신호를 던졌지만, 핵심기술 규제, 공급망 재편, 디지털 무역규범 등 민감한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 통상당국 관계자도 "갈등 근본 해소를 위해서는 추가 조율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우리 정부도 주요국과의 연쇄 면담에 나섰다. 정 본부장은 이날 오전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협상대표 겸 부부장과 양자 회담을 갖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협상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
정 본부장은 "중국 측은 다자무역체제 유지와 공급망 안정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며 "최근 통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경제안보 문제는 이번 논의에서 언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양측은 미중 갈등, 공급망 재편 등 복합적인 리스크 속에서도 실질적인 경제협력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
전날엔 마리아 크리스타나 로케(Maria Cristina Aldeguer-Roque) 필리핀 통상산업부 장관, 루이스 로센도 구티에레스 로마노(Luis Rosendo Gutierrez Romano) 멕시코 경제부 통상차관과 각각 만나 교역·투자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정 본부장은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지금, APEC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라며 "다자무역체제가 시험대에 오른 오늘날, APEC의 존재 이유와 역할이 더욱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제주=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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