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한국은행-KDI 공동 심포지엄 환영사서
"초저출산과 입시제도 등에 이어 이번 구조개혁의 화두는 초고령화 문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세종시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열린 한국은행·KDI 공동 심포지엄에서 환영사를 통해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단순히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빈곤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약 40%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총재는 "노인 빈곤 문제를 논할 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빈곤의 정의"라며 "OECD의 노인빈곤율은 '상대적 빈곤율'로, 66세 이상 인구 중 전체 인구 중위소득의 50%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을 나타낸다"고 했다. 특히 처분가능소득, 즉 실제 생활에 쓸 수 있는 소득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부동산 같은 자산이 많아도, 그 자산이 생활비로 전환되지 못하면 통계상 빈곤층으로 분류된다.
이 총재는 "처분가능소득 기준에 의해 노인 빈곤층으로 분류되지만 자산을 연금화하는 경우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들은 2021년 기준 약 122만명으로 노인 빈곤층의 약 37%에 달한다"며 "이들은 보유자산을 유동화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 방향일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심포지엄에서의 논의가 고령층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속가능한 해법 마련에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 첫 세션에서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현금흐름이 부족해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현실을 바탕으로, 노인 빈곤 현황과 대응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승희 KDI 부연구위원이 고령층 빈곤 실태를 분석하면서 자산을 유동화할 길을 열어준다면 많은 고령층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어 황인도 한은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장은 구체적으로 자산 유동화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관해 주택연금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갔다. 설문조사 결과 55세 이상 유주택자의 35~41%가 주택연금에 가입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점은, 주택연금에 대한 고령층의 높은 수요를 보여주는 고무적인 결과라는 설명이다. 이 수요가 실현될 경우 현금흐름이 매년 34조9000억원 규모로 창출된다. 이 중 절반만 소비돼도 매년 17조4000억원의 민간소비가 창출되는 셈이다. 황 실장은 "고령층의 현금흐름이 개선되면서 약 34만명 이상의 노인들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소득을 창출하는 더 근본적인 방안인 노동을 통한 소득 향상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65세 이상 인구 중 경제활동 지속 비율은 OECD 평균의 두 배를 넘는다.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중장년층 고용의 불안정성을 지적하면서,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임금체계의 과도한 연공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 차장은 여러 형태의 노동 가운데 자영업에 초점을 맞췄다. 60세 이후 연봉이 40~60% 깎여도 상용직 근로자로 남는 것이 해당 시기 자영업에 뛰어드는 것보다 돈을 비슷하거나 많이 번다는 결과를 앞세웠다. 정년 후 60~64세에는 55~59세 상용직 소득의 60%를 벌며 상용직 계속근로를, 65~69세에는 55~59세 상용직 소득의 40%를 벌며 시간제근로를 유지할 경우 소득 흐름이 정년 후 자영업에 진입했을 때와 유사했다는 설명이다. 이 차장은 "자영업 진입 시 전환비용과 초기 창업비용이 크고 소득 변동성도 높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고령 은퇴자들은 계속근로가 보장될 경우 이전보다 소득이 낮아지더라도 상용직을 선택할 유인이 크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954만명에 달하는 1964~1974년생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시작, 좁은 선택지 속에서 자영업에 진입하고 있어서 '퇴직 후 재고용' 제도 강화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대로라면 택배·퀵 서비스 등 취약 업종에 몰린 데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고 부채비율이 높은 특성을 지닌 고령 자영업자는 2032년 250만명으로 급증, 금융 안정과 경제 성장에 위험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60세 이상 신규 자영업자의 35%는 연간 영업이익이 1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차장은 "고령층의 자영업 진입을 줄이고 안정적인 임금 근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의 정년 연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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