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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폭격에 몰래 웃는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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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공장부지 공짜, 생산성 3배…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 정부도 대응해야

트럼프 관세폭격에 몰래 웃는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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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에 무차별 관세 폭탄을 떨구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한국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볼 업체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갑자기 차값의 25%를 관세로 내야 한다. 트럼프는 관세를 피하려면 미국서 차를 만들라고 한다. 현대차는 심각한 표정으로 그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자동차 업계에선 현대차가 속으로 웃는다는 이야기가 돈다.


왜 위기에 몰린 현대차가 내심 기뻐한다는 말이 나올까. 한번 따져보자. 공장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땅이다. 4월 준공식을 가진 ‘현대차 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부지는 얼마일까. 답은 ‘0’원이다. 미국 조지아주가 여의도 면적 4배 크기 땅을 무상임대해줬다.

HMGMA 권오충 법인장은 준공식 때 "지금 10만대를 만들 설비를 가동 중이지만 처음 부지를 잡을 때 50만대도 생산 가능할 수 있도록 여유를 뒀다"고 했다. 자동차를 더 만들기 위해 새로 땅을 찾고 인프라 공사를 할 필요가 없다. 그냥 HMGMA에 추가 생산라인을 후딱 세우면 그만이다. 말하자면 공장부지가 공짜다.


공장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전기, 도로, 물 등 인프라와 그 사용료를 든다. 그 대표 격인 전기를 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3년 기준 미국 산업용 전기요금은 메가와트시(㎿h)당 80.5달러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은 122.1달러. 미국보다 51.7% 높다. 또 생산비용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임금이다. 2024년 현대차 노동자 평균 임금은 약 1억2400만원. 2024년 미국 자동차 빅 3 평균임금은 8만4000달러, 약 1억1760만원이다. 아무래도 HMGMA 임금은 빅3보다 적다. 쉽게 말해 임금이 오히려 미국이 더 싸다. 게다가 한국에서 만든 차를 미국에서 팔려면 태평양을 건너야 한다. 만만치 않은 시간, 돈이 든다. 얼핏 봐도 미국에서 차를 더 만들어 파는 것이 현대차에 이익이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대차가 웃는 정도가 아니라 만세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 공장이 생산성까지 높다. 현대차는 메타플랜트에서 차 10만대를 생산하기 위해 880명이 일한다고 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는 그 3배가 필요하다. 로봇 등 최신설비 덕분이란 설명이다.

미래를 생각해도 미국 생산이 더 이득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한국 전기료 등 인프라 비용은 계속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원자력발전 사업을 중단한 영향이 크다. 그나마 지금은 한전이 손해를 감수하고 가격을 붙잡고 있다. 하지만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다. 한전 부채는 146조원에 달한다. 결국은 원가를 반영해 전기료를 더 올릴 수밖에 없다.


교통 인프라도 마찬가지. 경부고속도로 1㎞를 깔 때 들어간 비용은 1억원이다. 지금은 고속도로 1㎞를 만들 때 들어가는 비용이 300억원이 넘는다. 조지아주는 고속도로를 공장 앞까지 끌어당겨 놓았다. 나아가 공장 근처에 신공항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2007년 문을 연 무안공항 공사비가 3000억원이었다. 지금 공항을 만들려면 조 단위 돈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에서 아무리 큰 공장을 지어도 이런 대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사실 현대차는 과거부터 미국에서 자동차를 더 많이 만들고 싶었다. 예를 들어 2019년과 2021년 팰리세이드를 미국에서 생산하려고 했지만, 노조 반대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이번엔 노조가 미국 공장 증설을 막을 명분이 없어 보인다. 정의선 회장은 HMGMA 준공식에서 "현대차그룹은 단지 공장을 짓기 위해 이곳에 온 게 아니라, 뿌리를 내리기 위해 왔다"고 했다. 현대차는 미국에 뿌리를 내리고 더 높게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대형 제조업체가 해외로 나가면 수출로 먹고사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은 뿌리가 흔들린다. 이제 노조가 아니라 정부가 뭔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





백강녕 IT스페셜리스트 young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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