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화학 결합된 복합공정
정밀도 약효·안전성에 직접 영향
품질 통제 까다로워
항체-약물 접합체(ADC) 치료제가 글로벌 항암 치료제 시장의 핵심 모달리티로 부상하면서 이를 위탁생산하는 ADC CDMO(위탁개발생산)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방암 치료에 쓰이는 ADC치료제인 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는 가격이 바이알(주사 용기)당 230만원(건강보험급여 적용 전), '트로델비'는 16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기존 항체의약품인 '허셉틴'이 90만원 수준인 것을 고려할 때 2배 이상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과 원료의약품(API)의 가격은 약물의 종류, 적응증, 제조 방식, 계약 상황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면서도 "ADC 원료의약품 판매 단가는 기존 항체의약품 대비 평균 2~3배는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DC는 표적 항체에 독성 약물을 '링커(linker)'를 통해 결합한 복합 바이오의약품이다. 항체가 암세포를 정확히 인식하고, 링커로 결합된 독성 약물이 세포 내에서 방출돼 암을 사멸시키는 구조다. 이런 치료 메커니즘 덕분에 ADC는 기존 항암치료제보다 높은 효능과 선택성을 갖춘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다.
ADC 위탁생산은 ▲항체 생산 ▲약물 합성 ▲링커 개발 ▲접합 ▲정제 등 5단계 이상의 복합공정으로 이뤄진다. 항체 CDMO가 주로 단백질 배양, 정제, 여과 등 생물학적 공정 중심이라면, ADC CDMO는 여기에 유기화학 기반의 약물합성, 링커 개발, 접합 기술까지 더해야 한다. 한마디로 생물공정과 화학공정이 결합된 '융합 기술'이 요구된다. 특히 약물-항체 비율(DAR·Drug to Antibody Ratio)과 접합 부위의 정밀도는 약효 및 안전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품질 통제 기준이 까다롭다.
고독성 약물을 다루는 특성상 일반 항체 생산시설과는 달리 ▲OEL(Occupational Exposure Limit) 기준을 충족하는 전용 클린룸 ▲독립된 격리공간 ▲폐기물 독성관리 시스템 등 특수설비도 필수다. 이로 인해 생산라인 구축비와 운영비가 항체 CDMO 대비 크게 높을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설리반에 따르면, ADC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30% 성장해 650억달러(약 91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유럽 의약품청(EMA)이 ADC를 포함한 정밀항암치료제에 대한 승인을 확대하고 있어 시장 확장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ADC는 파이프라인 단가가 높고 생산 난이도에 따라 마진율도 큰 만큼 CDMO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뛰어난 영역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ADC는 바이오의약품 중에서도 기술력과 수익성 모두에서 고부가가치를 갖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에 글로벌 CDMO 업계 ADC 전용 생산라인을 갖추며 시장선점에 나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2월 500ℓ 규모의 접합 반응기와 정제 1개 라인으로 구성된 ADC 생산시설을 완공하고 올해 3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지난 3월 1000ℓ 규모의 접합 반응기를 포함해 통합 생산 및 정제 라인을 갖춘 ADC 생산시설을 완공하고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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