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순방 이틀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이란과 합의하기를 원하지만 그러려면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말고 테러 지원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연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향해 "피비린내 나는 대리전을 멈추고 핵무기 추구를 영구적이며 검증할 수 있게 중단해야만 한다"고 요구했다. 전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해선 "이란과 대리 세력에 힘을 실어줬다"며 "그런 시절은 끝났다"고 비난했다.
그는 전날 리야드에서 열린 투자행사에서도 이란에 대한 회유와 압박을 병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항상 평화와 파트너십을 선호하며 그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언제든 그렇게 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란 지도부가 '올리브 가지'를 거부하고 이웃 국가들을 계속 공격한다면 우리는 이전처럼 이란의 석유 수출을 '제로'로 만드는 최대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어 이란을 '중동에서 가장 파괴적 세력'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오만의 중재로 4차례의 고위급 핵협상을 가졌으며 양측 모두 일단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GCC 정상회의 참석 전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과 처음으로 만나 회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의 새 정부와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다"며 "(전날 지시한) 제재 해제는 시리아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아브라함 협정'(이스라엘과 중동 아랍·이슬람권의 국교 정상화 협정)에 더 많은 국가를 계속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사우디의 아브라함 협정 참여도 촉구했다. 미 백악관에 따르면 알샤라 대통령은 미국 기업이 시리아의 석유·가스 분야에 투자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알샤라 대통령과 반갑게 악수하며 회담을 시작했다. 이날 정상회담에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동석했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레바논에 대해서도 "새 대통령과 총리의 취임으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것"이라며 "레바논에는 헤즈볼라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미래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레바논이 연초 친미 성향의 대통령은 선출한 것을 고려한 발언인 것으로 보인다.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서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안전과 존엄성이 보장된 미래를 바란다"며 GCC 지도자들이 갈등 종식 노력에 건설적인 역할을 더하고 있다며 감사를 표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날 회담에서 "어제 트럼프 대통령이 형제국 시리아에 대한 제재 해제를 결정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는 시리아인의 고통을 덜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카타르 매체 알아라비알자디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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