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우디 투자 포럼 연설
이란엔 핵 억제 없으면 "최대 압박" 경고
사우디서 850조 규모 선물 보따리 챙겨
중동 순방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에 대한 모든 제재를 해제한다고 13일(현지시간) 전격 발표했다. 수십 년간 지속된 제재를 철폐하고 대(對)시리아 정책을 전면적으로 전환하겠다는 신호다. 반면 최근 핵 협상을 벌이고 있는 이란을 향해서는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사우디 투자 포럼 행사에서 "시리아가 위대한 국가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제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시리아는 오랜 기간 참혹한 비극과 죽음을 겪어온 나라로 이제 새 정부가 들어섰다"며 "이 정부가 시리아를 안정화하고 평화를 유지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행정부는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과 시리아 간의 정상적인 관계 복원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1979년 시리아를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했다. 2004년과 2011년에는 바샤르 알 아사드 당시 정권이 반정부 시위를 탄압하자 추가 제재를 부과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반(反) 아사드 민병대의 공습으로 아사드 정권이 무너졌고, 현재 아메드 알샤라가 이끄는 과도정부가 시리아를 통치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그들(시리아)이 빛날 시간"이라며 "우리는 그것(제재)들을 모두 제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최근 핵 협상을 벌이고 있는 이란을 향해서는 핵 프로그램 해체를 압박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방식으로든 행동에 나서라"며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억제하지 않으면 "엄청난 최대 압박"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제안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나흘간의 중동 순방 일정 중 첫 방문국인 사우디로부터 6000억달러(약 850조원) 규모의 선물 보따리를 챙겼다.
그는 이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만나 6000억달러 규모의 투자·수출, 안보 협력 강화 내용을 담은 전략적 경제 동반자 협정을 맺었다. 이번 협정으로 미국 방위산업체들은 1420억달러 규모의 방위 장비 수출 계약을 사우디와 체결했다. 사우디 기업인 데이터볼트는 20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와 인프라를 구축한다. 첨단 기술 분야에도 미국 기업들과 공동으로 800억달러를 투자한다. 백악관에 따르면 이번 협력에 따른 대미 투자 유치, 미국 기업의 사우디 수출 규모는 6000억달러에 이른다. 미국은 사우디군 역량 강화를 위한 군사 훈련 등을 제공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이번 방문으로 우리는 1조달러가 넘는 (사우디의) 추가 투자와 제품 구매를 이끌어냈다"며 "중동 사람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역내 파트너들의 도움으로 중동의 황금기는 우리와 함께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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