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이슈 페이퍼' 작업 착수
새로운 정부 출범 전 경제정책 사전준비
근로자 실질소득 늘릴 방안 마련하고
소득세 물가연동제 검토 대상에 올라
기획재정부가 새 정부 출범에 대비해 경제정책 사전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대통령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정부가 들어서는 만큼 미리 현안을 분석하고 정책을 논의해놓겠다는 취지다.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가 모인 가운데 고용 부문에서는 근로자 실질소득 확대를 위한 방안, 소득세 물가연동제,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 등이 담겼다.
14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기재부는 최근 경제정책 관련 국·과에 '이슈 페이퍼'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이슈 페이퍼란 경제 분석 자료와 향후 추진할 정책을 정리한 문서다. 보통 기재부가 1년에 두 번 발표하는 경제정책방향(경방)을 위해 만든다. 이슈 페이퍼에 담긴 정책을 토대로 다른 정부 부처와 논의를 진행하고 경방을 확정한다.
이번 이슈 페이퍼에는 근로자 실질소득 확대를 골자로 한 내용이 포함됐다. 기재부는 실질임금 감소가 내수에 악영향을 준다고 보고 근로자 소득을 늘리기 위한 인센티브를 마련할 방침이다. 근로자의 임금인상률보다 물가상승률이 더 빠르게 오르면서 실질임금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 월평균 실질임금은 2021년 359만9000원 이후 2022년(359만2000원), 2023년(355만4000원) 2년 연속 줄었다.
또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검토한다. 물가연동제란 물가인상률에 따라 과표, 세율, 공제제도를 자동 조정하는 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22개국이 도입한 상태다. 한국의 경우 물가상승으로 매년 명목임금이 오르는데, 과세 표준이 바뀌지 않으면서 근로자의 세부담이 커졌다. 세율이나 공제제도는 건드리지 않고 과세 표준에만 물가연동지수를 적용해 세부담을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계획도 논의 중이다. 현행법은 근로자가 5명을 넘지 않는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주 52시간 혜택이나 연장·야간·휴일수당, 유급휴일 등을 받을 수 없다. 해고 제한도 없고, 부당해고 구제신청도 불가능하다. 2023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가 765만5862명(30.3%)에 달하는 만큼 근로기준법 사각지대를 해소하자는 게 기재부 구상이다.
기재부의 이슈 페이퍼는 새 정부 출범 시 발표하는 경제정책방향에 활용된다. 다음 달 3일 대선 이후 선출될 21대 대통령은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업무에 돌입해야 한다. 시급한 경제 현안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속도감 있는 경제정책을 추진하려면 기재부 안에서 미리 준비를 해둬야 한다는 판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관련 실·국이 새 정부 경제정책을 구상하고 있다"며 "이슈 페이퍼 내용을 토대로 경방에 무엇을 담고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재부 내부에서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대선 기간 새 정부 정책 준비가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특정 후보 성향에 맞는 정책을 구상하거나 정치 시나리오에 따라 여러 안을 준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