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사기,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받기 위해선
'대가 관계성' 여부 중요
감독당국 지침에도 한계 명확
국회서도 법 개정이나 새로운 법 발의 논의 활발
금융감독원이 투자사기 범죄 피해자도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길을 텄지만, 고도화된 투자사기를 막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을 개정하거나 특별법을 새로 만들어야 더 큰 피해를 구제하고 나아가 범죄예방까지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투자사기 유형별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 시 참고사항'에서 투자사기의 환급법 적용 기준으로 '대가 관계성'을 제시하고 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2조 2호 단서를 보면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한다'는 문구가 있다. 지난해 대법원은 재화·용역과 피해자로부터 편취된 재산 사이에 대가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 전기통신사기로 간주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기존 법원들은 불법 리딩방 사기 범죄나 사기거래소를 이용한 범죄는 재화나 용역 제공으로 가장된 경우로 바라봐 법 적용 대상에서 배제했다. 반면 대법원은 "피해금액이 투자 자문을 명목으로 한 수수료가 아닌 투자 그 자체를 위해 송금된 것이기 때문에 환급법 예외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사기 피해자가 사기일당에게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말에 속아 투자금 자체를 송금한다면 이는 투자 자문을 대가로 수수료를 송금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가 관계성이 없다는 것이다. 또 이 금액은 곧바로 사기일당의 범행 계좌로 직행하게 되기 때문에 대가관계성이 성립할 수 없다. 쉽게 말해 실제로 투자 수익이라는 대가를 바라고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송금한다면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을 받을 수 없고 그 반대의 경우엔 적용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지침이 마련됐지만, 투자사기 피해구제나 범죄예방이 완벽히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판결로 법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지, 실제로 통신사기피해환급법 대상으로 투자사기가 명시적으로 추가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감원은 법을 만드는 기관이 아닌 집행기관이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을 강제적으로 금융사에 적용하라고 요구하기 어려운 사정도 있다. 실제로 해당 가이드라인의 정식 명칭은 '투자사기 유형별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 시 참고사항'이며 각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운영 가능하다고 적시하는 등 강제성은 다소 떨어진다.
이에 현행법을 개정하거나 새롭게 법을 만드는 논의가 국회에서 이뤄지고 있다. 법 개정의 경우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서 문제가 된 2조 2호 단서를 삭제하는 방식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유사수신행위법)로 투자사기를 규율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전자의 경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개정안이 있다. 이인영 의원의 경우 투자사기를, 이준석 의원은 중고거래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단 의견이다.
다만 단서 조항을 삭제하는 방식은 두 가지 단점이 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검토한 보고서를 보면 대법 판결에 따라 사설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프로그램을 활용해 피해자를 기망해 편취한 투자금의 경우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해당한다면서도 여전히 투자거래 수수료 편취와 같은 유형이 환급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의 경우 단시간 내 고액 인출이 이뤄지는 등 긴급 대응이 요구되고 일방의 편취행위임에 따라 범죄 성립 여부가 비교적 명확한 편인 데 반해 중고거래 사기나 투자사기는 사기 성립 여부에 대한 금융사의 즉각적 판단이 어렵다. 유사수신행위법으로 규율할 경우에도 이는 마찬가지다. 또 중고 거래 '사기'가 아닌 일반적인 중고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개인 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지급정지 등의 제도가 남용될 우려도 있다.
고도화되는 사기 범죄를 모두 규율하기 위해 '다중피해사기 방지법' 제정 논의도 나온다. 단속이나 검거 중심에서 차단과 예방 중심으로 법 목적을 전환하고 의심거래 계좌 일시정지 등을 포함한 임시조치와 사기 위험 전화번호 이용중지 등 사전적 조치가 병행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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