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중심의 사업구조 최적화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 위한 재편
기업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 전망
리밸런싱(사업재편)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SK가 이번엔 반도체 소재와 인공지능(AI) 사업에 대한 교통정리에 나섰다. 중복 사업을 정리해 역량을 통합하고 자회사 경쟁력을 끌어올려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SK머티리얼즈 산하 반도체 소재 자회사들을 SK에코플랜트에, SK C&C의 데이터센터 자산을 SK브로드밴드에 각각 넘기는 방식은 형식상으로는 계열사 간 자산 이동에 해당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지주사 중심의 구조에서 실행력 있는 사업회사 중심 체제로 전환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최근 그룹이 추진해 온 '핵심 사업 집중' 기조와 맞물린다. SK는 지난해부터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AI 전환과 사업·조직 포트폴리오 재편을 핵심 가치로 삼아 왔다. 이를 바탕으로 반도체 중심의 사업구조 최적화, 에너지 부문 내실 경영,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를 전사적으로 추진 중이다.
SK는 현재 SK하이닉스 외에도 SK에코플랜트, SK브로드밴드, SK온 등 비상장 핵심 계열사들의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들 자회사가 중복 사업을 영위하거나 실적이 부진할 경우 지주사 자체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구조다. 자산을 재배치해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는 동시에 각 사업회사의 독립성과 투자 매력을 키울 필요가 있었던 셈이다.
SK에코플랜트로 편입된 SK머티리얼즈 산하 자회사들은 대부분 반도체 전 공정에 사용되는 특수가스나 정밀소재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SK에코플랜트는 이번 신규 편입을 통해 리밸런싱 전략과 첨단산업 성장에 발맞춘다는 방침이다. 이번 자회사 편입으로 반도체 제조 주요 공정을 내재화하게 됐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12월에도 공기분리장치(ASU)를 기반으로 질소·산소·아르곤 등 산업용 가스를 생산하는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편입해 'SK에어플러스'로 재편한 바 있다. 해당 기업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정유 산업에도 필수적인 공급망 역할을 맡고 있다.
포트폴리오 개편은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9조3176억원으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346억원으로 49% 늘었다. 이는 앞서 편입된 SK에어플러스, 반도체 모듈 기업 에센코어의 실적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반도체 소재 자회사 4곳의 연간 합산 매출은 약 3500억원으로, 향후 실적 기여도는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SK에코플랜트가 밸류체인 일원화와 실적 성장, 재무 건전성을 바탕으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데이터센터 부문도 유사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SK C&C가 보유하던 판교 데이터센터는 SK브로드밴드에 매각했는데 AI·클라우드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인프라 운영 주체를 명확히 하고, 자산을 수익성 기반 계열사로 집중시킨 조치다. 업계에선 SK브로드밴드의 IDC 및 클라우드 사업 분할·상장 가능성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본 시장 전문가는 "기존 사업 중 수익성과 전략적 중요도를 기준으로 핵심과 비핵심을 나누고, 핵심 산업 중심으로 자원을 재배치하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정치와 글로벌 경제 상황 모두 고려해보면 AI와 반도체가 중요한 시기"라며 "이러한 환경에 맞춰 오랫동안 고민해 왔던 바를 실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우리나라 시장 활성화와 지수 상승을 위해 사업 재편을 통한 지분 구조 조정, IPO도 진행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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