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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은이 양적완화?" 해프닝 넘어 대안 고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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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현 시점 양적완화 검토 오해 해프닝
중장기 저출산·고령화, 잠재성장률 추세 하락 속
효과적 통화정책 운영 위한 대안 구체화 계기 삼아야

"한국은행이 양적완화(QE)를 한다고?" 최근 한은이 새 통화정책의 일환으로 양적완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난데없는 소식이 퍼졌다. 서울 채권시장 국고채 금리가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시장에 파장이 일었다. 한은이 곧바로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한 차례 소동으로 넘기기엔 사안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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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말은 이렇다. 오해는 지난달 30일 한은과 한국금융학회가 공동 주최한 정책 심포지엄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환영사를 통해 "선진국 중앙은행이 했던 것처럼 양적완화와 같은 대차대조표 확대 정책을 도입할 수 있을지,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등에 대해 고민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이는 전체적인 맥락에서 '양적완화 가능 여부, 불가능 판단 시 대안 모색 등을 포함한 중장기적 변화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중앙은행이 설정한 정책금리를 중심으로 시장금리가 움직이도록 유도하고 관리하는 건 중앙은행의 핵심 역할 중 하나다. 이를 다루는 전반적 체계를 통화정책 운영체계라고 한다. 이번 심포지엄이 통화정책 운영체계의 구조개혁 논의를 다루고 있어, 이 총재는 환영사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주요국의 통화정책 운영방식 변화, 변화 없이 보완만을 통해 위기를 넘긴 한국의 운영방식과 그 속에 내재한 한계점 등을 짚은 참이었다.


결국 일부 선진국 중앙은행처럼 정책금리가 제로금리에 도달해 통화정책 운영이 한계를 맞았을 때를 가정한 고민을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는 얘기가 한은이 양적완화 도입을 현재 시점에 검토 중인 것으로 확산한 것이다. 이 총재는 지난 5일 이탈리아 밀라노 기자간담회에서도 중장기적 고민에 대한 얘기가 왜 갑자기 지금 통화정책과 연결되는지 모르겠다며 당황스럽단 반응을 보였다. 한은은 전날 홈페이지 블로그를 통해 "한은이 대차대조표를 급격히 확대해 본원 통화가 대규모로 공급될 경우(양적완화에 나설 경우)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는 통화가치 하락, 외환시장 변동성 및 자본유출 증대 등에 직면할 수 있다"며 거듭 오해 불식에 나섰다.


이번 해프닝을 "양적완화 하는 거 아니네"로 끝내면 이는 비생산적 오해와 해명에 그칠 것이다. 오히려 여러 차례 언급이 이뤄지면서 결과적으로 해프닝 이면의 본질에 집중할 기회는 더 많아졌다. 한은의 통화정책과 공개시장운영은 중장기적으로 경제·사회 구조 변화에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피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잠재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면 기존 통화정책 운영체계의 유효성은 과거와 달라질 것이고, 변화는 불가피하다. 심포지엄에서도 주요국 양적완화와 같은 정책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대안이 되기 힘들다고 의견이 모였다. 정책 여력이 소진된 후 허겁지겁 외양간을 고치지 않기 위해 이번 해프닝을 대안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을 본격화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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