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불확실에 기업가치 책정 고민↑
최태원 회장 개인 지분 매수도 쟁점
SKT 유심사태에 부정 여론↑…"MBK 뒤이을라" 걱정
SK 그룹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 매각 과정에서 미국의 관세 정책부터 SK텔레콤의 유심 사태까지 다양한 사항들이 변수로 떠올랐다. 예상보다 다소 복잡하고 지난한 가격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사모펀드(PEF) 운용사들로부터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사이 예비입찰을 받을 예정이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인 한앤컴퍼니 외에도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전할 것으로 점쳐진다. 사모펀드들이 고민하는 가장 큰 쟁점은 역시 가격이다. SK그룹과의 이견도 있지만, 그와 별개로 자체 기업가치 평가에서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한 PE 업계 관계자는 "미국 관세 정책 불확실성의 불똥이 어떻게 튈지 몰라 기업의 실적과 가치를 매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반도체 제조장비, 파생제품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지난달부터 조사했다. 조사 대상에는 반도체 기판과 웨이퍼, 범용 반도체와 최첨단 반도체 등이 포함된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부문에도 품목별 관세를 적용한다면 SK실트론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는 전 세계에 적용되는 반도체 관세율이 10% 정도라면 내년 반도체 시장 규모가 8440억달러 수준으로 전년 대비 33%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향한 비판적 여론도 부담이다. 이번 거래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최 회장이 가진 SK실트론 지분 29.4% 인수 여부다. 사모펀드들은 함께 인수하고 싶지만 최 회장 측은 남겨두길 원하는 눈치다. 최 회장 개인 소유 지분인 만큼 이혼 소송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배당 등을 통해 '돈줄'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혼 소송이 마무리된 뒤 SK실트론를 사들인 사모펀드가 추후 투자를 회수할 때 같이 처분할 수 있는 조항을 달고 싶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온전히 지분을 사들이고, 향후 자유롭게 매각이나 상장을 통해 회수하는 것이 수월하다. 또한 최근 SK텔레콤의 유심 사태로 여론이 험악한 가운데 최 회장의 '돈줄' 역할을 하게 됐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것도 부담이다. 최 회장이 최근 SK텔레콤 사태 관련 국회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히자 정치권에서는 고발까지 검토한다고 경고할 정도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회생 신청하면서 사모펀드 전체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가득한 가운데 비판 여론 중심에 또다시 오르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대외 변수들이 많고, 대선도 앞두고 있어 대부분의 거래가 답보 상태"라며 "SK실트론 매각도 속도를 내기 힘든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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