⑭새로운 근무 트렌드 '마이크로 시프트'
6시간 이하로 짧게 근무하는 형태
워라밸 중시하는 근로자 특성 반영
미국 Z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근무 방식인 '마이크로 시프트(Micro-shift)'가 확산하고 있다. 하루 6시간 이하의 짧고 유연한 근무 형태를 뜻하는 것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젊은 근로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용어다. 근로자는 시간을 보다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고, 기업은 효율적인 인력 운용이 가능해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새로운 업무 형태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마이크로 시프트', 스마트하게 일하는 방식"
최근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올해 주목해야 할 근무 트렌드로 '마이크로 시프트'를 꼽았다. 포브스는 "'마이크로 은퇴(퇴사나 휴직을 통해 짧은 중간 휴식기를 갖는 것)'를 비롯해 (근무 형태와 주기가)미세하고 촘촘하게 변하고 있다"며 "이런 흐름 속에서 다양한 근로자들은 돌봄·학업·부업 등을 병행하기 위해 마이크로 시프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크로 시프트'는 글로벌 인사관리 플랫폼 데퓨티의 보고서 '미국 2025 대전환(The Big Shift : U.S. 2025)'에 등장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각자의 상황에 맞춰 시간을 쪼개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경직된 근무제도를 대체할 새로운 방식으로 부상했다. 특히 워라밸을 중시하는 Z세대의 가치관과 맞물리며 높은 호응을 얻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마이크로 시프트 근무자의 51.5%가 Z세대다. 이어 밀레니얼 세대(27.4%), X세대(12.9%), 베이비붐 세대(8.6%) 순이었다.
데퓨티의 실비야 마틴체비치 최고경영자(CEO)는 "마이크로 시프트는 단순히 적게 일하는 것이 아니라, 더 스마트하게 일하는 방식"이라며 "Z세대뿐만 아니라 알파·베이비붐 세대에서도 짧은 근무를 선호하는 흐름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세대 전반의 구조적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연한 근무 방식을 수용하는 기업이 향후 인재 확보에 있어 경쟁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적 압박·기술 발전 등 영향
마이크로 시프트가 주목받는 배경으로는 커지고 있는 '경제적 압박'을 꼽을 수 있다. 데퓨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심각했던 지난해 초 여러 개의 일자리를 가진 N잡러 비중은 전체의 5.4%까지 치솟았다. 이후 물가가 다소 안정되면서 이 수치는 5.2%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복수직 종사자 가운데 Z세대가 68%, 밀레니얼 세대가 25%를 차지하며 젊은층일수록 생계유지를 위해 여러 일을 병행해야 하는 현실을 보여줬다. 즉, 생계를 위해 여러 일을 겸하는 근로자가 늘면서 마이크로 시프트 같은 유연한 근무 형태에 대한 수요가 덩달아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술의 발전도 마이크로 시프트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인공지능(AI)의 도입으로 기업은 근로자의 상황, 업무 특성, 선호도 등을 고려해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됐으며, 그 결과 보다 탄력적인 근무 환경이 가능해졌다. 마틴체비치 CEO는 "이제 '정해진 시간'이 아닌 '근로자가 원하는 시간'에 맞춰 일할 수 있는 시대"라며 "이런 전환을 가능하게 한 핵심 동력은 바로 AI"라고 강조했다. 데퓨티의 보고서에서 근로자의 45%가 'AI 기반 스케줄 덕분에 워라밸이 향상됐다'고 응답했다.
일각에선 마이크로 시프트가 사회초년생에게 유리한 근무 형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재 채용 플랫폼 다이스의 폴 파스워스 대표는 "졸업자나 취업 아카데미 수료자들은 경제적 부담, 전문성 강화, 실무 경험 확보라는 세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며 "마이크로 시프트는 기술 역량을 키우고, 다양한 분야를 탐색하며, 실무 경험까지 쌓을 수 있는 유연한 환경을 제공한다"고 했다. 이어 "요즘 같은 AI 시대에는 끊임없이 배우고, 시장 변화에 맞춰 커리어 방향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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