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파키스탄, 충돌 끝에 휴전 합의
양국 간 책임 공방은 계속
양측 "우리가 승리했다" 자축
미국의 중재로 휴전에 전격 합의한 인도와 파키스탄이 서로를 휴전 위반 혐의로 비난하며 양국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번 무력 분쟁의 시발점이 된 카슈미르에 대해 양국이 각각 완전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어 이 카슈미르 분쟁이 해결되지 않는 한, 휴전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크람 미스리 인도 외무 차관은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몇 시간 동안 인도와 파키스탄 간 협정 위반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비크람 미스리 차관은 "우리는 이러한 위반 사항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으며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며 파키스탄이 이러한 위반 사항을 해결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양국 간의 휴전 합의는 며칠 동안 이어진 국경 간 군사 충돌 끝에 도출된 것으로, 수십 년 만에 가장 심각한 무력 충돌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번 협상은 미국의 중재하에 이뤄졌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오전 "수백만 명의 생명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양측 지도자들이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인도와 파키스탄 지도자들을 추켜세웠다.
그러나 휴전 발표 직후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에서 폭발음이 들리고 하늘에 섬광이 목격됐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졌고, 양측은 다시금 상대방이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충돌의 책임을 전가했다.
파키스탄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일부 지역에서 인도의 위반이 발생했지만, 우리는 책임감과 자제를 바탕으로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며 휴전 이행에 충실히 임할 것이라고 인도 측 주장을 반박했다. 파키스탄군 대변인 아흐메드 샤리프 차우드리는 기자회견에서 "우리 파키스탄군은 200% 확실하게 통제선에서의 휴전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수십 년 만에 최악의 무력 충돌을 멈추기 위해 전격 합의한 휴전이 일요일까지 대체로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양국은 여전히 서로를 휴전 위반 혐의로 비난하며 합의 해석에서도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등 외부 개입으로 성사된 휴전이 양국 갈등의 완전한 해소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번 무력 충돌의 불씨인 카슈미르 지역의 영유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양국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인도는 파키스탄과 마찬가지로 카슈미르 전역에 대해 자국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중재를 통한 해결에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주민들은 근본적 문제인 '카슈미르 분쟁'이 해결되지 않는 한 휴전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번 휴전 중재에 큰 역할을 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양측은 자국의 군사작전 성과를 강조하며 휴전을 자축했다. 인도 국방장관 라즈나트 싱은 "인도군의 포효가 파키스탄군 본부인 라왈핀디까지 울려 퍼졌다"며, '신도르 작전(Operation Sindoor)'이라 명명된 이번 군사행동이 "단순한 군사작전이 아닌 인도의 정치적·전략적 의지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파키스탄에서도 군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국경 지역에서는 군에 꽃잎을 뿌리는 퍼레이드가 열렸고,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5월11일을 '최근 인도 공격에 대응한 국군의 날'로 선언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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