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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신용의 60% 공급하는 은행…자본규제 완화로 기업금융 늘려야[금융혁신:성장을 설계하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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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금융개혁이 주요 정치 의제로 부상했다.

이에 금융업계에서는 은행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업금융을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에 매몰된 금융을 생산적인 분야로 돌리기 위해서는 기업대출, 주식 등 위험가중자산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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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부동산 신용의 58.6% 공급
기업대출은 자본건전성에 불리
RWA 규제 완화 한계…바젤Ⅲ 준수해야
은행 자본확충이 더 쉬운 방법
중기 대출 여력 확보 가능

편집자주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금융개혁이 주요 정치 의제로 부상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규제를 조정하고, 은행 건전성 규제 완화, 자본시장 중심의 금융 구조 전환이 주요 내용이다. 이는 금융이 성장동력의 마중물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개혁이다. 한국도 금융정책의 재설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자본과 대출, 소비자 보호와 혁신, 통제와 자율, 규율과 성장 간의 균형적 재설계가 핵심이다. 차기 정부는 금융을 전략산업 육성과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경제성장의 마중물로 다시 작동시킬 수 있도록, 자율성과 혁신을 살리는 '균형 잡힌 개혁'을 해야 한다. 아시아경제는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는 현 상황에서 금융규제의 방향과 과제를 들여다보았다. 본 기획은 '규제를 없애는 개혁'이 아닌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규제'로의 전환을 핵심 화두로 삼는다.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 자율성과 혁신이 공존하는 균형 잡힌 금융 생태계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부동산신용의 60% 공급하는 은행…자본규제 완화로 기업금융 늘려야[금융혁신:성장을 설계하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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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동산신용 규모는 2024년 말 기준 1932조5000억원으로, 전체 민간신용의 49.7%에 달한다. 금융기관이 공급하는 돈의 절반은 부동산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다. 금융기관 중에서도 은행권이 부동산신용의 58.6%(1132조2000억원)를 공급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쏠린 신용공급은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부정적이다.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첨단산업에 자금이 투입되지 못해 성장동력이 점점 약화하고 있어서다. 은행 탓만 할 수 없다. 현재 정책 방향이 부동산 신용공급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업계에서는 은행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업금융을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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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출 늘리면 BIS에 불리…주식·중기대출 자본 요건 완화해야

부동산에 매몰된 금융을 생산적인 분야로 돌리기 위해서는 기업대출, 주식 등 위험가중자산(RWA)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이 보유하는 자산은 각기 RWA가 다르다. 우리나라의 가계대출 RWA 비율은 평균 15%지만 기업대출 RWA는 45% 수준이다. RWA 비율이 커지면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므로 자본건전성을 고려하면 가계대출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은행의 가계대출, 특히 주식담보대출 비중이 높은 이유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맞추기 위해 4분기부터 기업대출을 의도적으로 축소했다"며 "자본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RWA가 높은 기업대출 위주로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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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계는 RWA 산출 모형을 적용할 때 위험가중치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이 대출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RWA를 산출할 때 내부모형과 표준모형 중 선택한다. 내부모형은 금융회사가 예상손실값을 직접 계산해 회수율까지 직접 산정하는 방식이므로 규제 완화를 일괄 적용하기 어렵다.


표준모형을 따르는 경우 RWA 비중을 조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마다 정해진 RWA에 손실보상값을 곱하는 방식이라 소폭 기준을 낮춰도 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이 줄어든다.

가계대출 부문도 경직적으로 적용하는 위험값 산정 방식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은행은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심사에 내부 모형을 적용하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표준모형 자체를 직접 손대는 것보다 위험가중자산의 유형에 따라 조건을 충족하면 RWA를 줄이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며 "가령 주담대 가운데 적격담보 대출 요건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따라 RWA를 낮추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연구원은 "가계대출은 주담대, 개인사업자 등 일괄적으로 내부모형을 적용하고 있는데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서민 대출은 표준모형을 적용하거나 합리적으로 위험값을 계산할 수도 있다"며 "소상공인은 부도율이 높아 RWA가 높게 잡히는데, 규제를 완화하면 서민공급도 달성하고 은행의 자본건전성 부담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 바젤Ⅲ 규제는 지켜야 …기금 활용해 RWA 완화 검토

금융위원회가 팔 걷고 규제 완화에 나서지만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도입한 바젤Ⅲ 규제를 따르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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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젤Ⅲ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규제로, 전 세계은행들은 CET1 4.5%, 기본자본(Tier1) 비율 6%, BIS 비율 8%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위는 기준을 강화해 2023년 1월부터 금융지주 산하 금융회사들에 연결 기준 CET1을 12~13% 이상 유지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금융위는 규제 완화에 뜻을 보이지만 글로벌 규제 수준은 벗어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국이 일방적으로 바젤Ⅲ 범위를 넘어서 규제를 완화할 수 없다"며 "나라마다 규제 완화 재량권을 주지만 바젤Ⅲ를 어기면 한국 금융사 전체에 페널티가 부과된다"고 강조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 7일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RWA, 자본규제 등 국제적인 룰을 어길 수 없다. 그 틀 안에서 우리가 도울 방법을 찾기 위해 은행과 협의 중"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금융위가 검토 중인 방안은 '지분 투자 가이드라인(가칭)'이다. 현재 국내 은행들이 기업 지분을 매수하는 등 투자에 나서면 RWA 400%를 적용하고 있다. 이때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 등 공적인 기관이 보증을 서면 RWA 비율을 낮출 수 있다. 대신 매번 금융감독원에 정부 보증과 RWA 하향 여부를 문의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식 보유와 관련해 문의하면 담당자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고, 지분 투자 결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은행이 자본 규제 부담 없이 신속하게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바젤Ⅲ 규제 내에서 RWA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설명이다.


은행 중심 금융의 유럽 상황도 비슷…드라기 전 ECB 총재의 금융개혁 제안 주목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024년 9월9일에 발표한 '유럽 경쟁력의 미래(The Future of European Competitiveness)' 보고서를 보면 흥미로운 내용이 나온다. 금융이 고성장 분야의 자금공급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넘어 구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드라기 전 총재는 보고서에서 "바젤Ⅲ 시행 여부를 포함해 현재의 건전성 규제가 은행 경쟁력에 적절한지를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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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바젤Ⅲ 규제 재평가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국제적으로 합의된 기본적인 은행 건전성 규제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유럽과 달리 이미 바젤Ⅲ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도 규제 완화의 한계로 지적된다. 즉 현재 금융위가 들여다보고 있는 RWA 규제 완화 수준은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오히려 중소기업 대출 여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RWA 규제 완화보다 은행의 자본 확충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건전성 규제 구조에서 대출자산(익스포저)이 늘어날 경우 이와 비례해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늘어나는 익스포저보다 위험가중자산이 더 크게 늘어나지는 않는다"며 "이는 지금까지 적절한 리스크 관리로 인해 내부모형을 사용하는 은행은 위험가중자산 감축효과가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건전성 규제의 관점에서 지금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확대에 대한 요구는 자본확충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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