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박정택 수도군단장 갑질 제보 공개
자녀 결혼식· 개인 취미 활동에 직원 동원
육군 수도군단장 박정택 중장이 비서실 근무자들에게 아내의 수영강습 현장 접수, 중고 거래 대행 등 사적 지시를 하며 갑질을 해왔다는 폭로가 나왔다.
2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군인권센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박 군단장과 가족이 비서실 근무자들에게 행한 갑질 피해에 대한 복수의 제보를 접수했다"며 관련 메시지와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센터에 따르면 박 군단장은 지난해 3월 비서실 직원에게 "너희 사모님이 무릎이 안 좋아서 운동해야 하니 좀 알아오라"며 수영장 아쿠아로빅 과정 접수 방법을 확인하고 대리 신청을 하도록 지시했다. 선착순으로 현장 신청을 받는 이 수업 접수를 위해 직원은 새벽 4시부터 수영장 밖에서 대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센터가 공개한 음성 파일에는 박 군단장의 아내 A씨가 직원에게 전화해 자신이 원하는 수업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도 담겼다.
박 군단장 자녀의 결혼식에 비서실 직원을 동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 군단장이 자녀 결혼식 날 직원 1명을 투입해 운전과 하객 인원 체크, 자리 안내, 짐 나르기 등 사적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또 박 군단장의 취미 생활에도 비서실 직원을 동원했다. 박 군단장이 키우는 반려 앵무새 새장 등 중고 거래 대행과 스포츠 경기 VIP 티켓 확보 등을 지시했다고 센터는 설명했다. 아울러 관사 내 감 수확과 화단 가꾸기, 관사가 비어 있을 때 반려동물 밥 챙겨주기, 손님맞이용 장보기 등 관사 관리 전반을 지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센터는 박 군단장이 장교가 아닌 부사관을 대상으로 이 같은 갑질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수도군단장은 집무실에 비서실 직원이 여럿 모인 자리에선 따로 사적인 지시를 하지 않다가 부사관 직원들과 단둘이 있을 때만 무리한 부탁을 하는 등 사적 지시가 외부에 알려지면 문제가 될 만한 일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7년 '박찬주 대장 공관병 갑질 사건' 이후로도 군 내 갑질이 근절되지 않았다며 "장군 지휘부를 보좌하는 비서실, 부관직 등 모든 보좌 군인의 업무 실태를 점검하고 지휘관과 가족이 군인을 노예 부리듯 하는 일이 없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육군은 박 군단장 의혹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고 있다"며 "육군본부 감찰조사팀에서 제보내용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적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