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내부 논의와 외부 전문가 협의
4년 전보다 협상력 커진 북한
'비핵화' 전제로는 美 협상 불응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기 행정부 당시인 2019년 6월 30일 김정은 북한 국가위원장과 남북한 경계선이 있는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27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물밑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내부 논의와 외부 전문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27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다만, 미국의 정책 목표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점에서 트럼프 1기 때보다 협상력이 커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과거와 동일한 조건으로 미국 측 협상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관측됐다.
한 미국 고위 관리는 악시오스에 "지난 4년간 많은 것이 변했다. 우리는 현재 북한이 어디에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관련 기관들을 소집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평가하고 진단하면서 '관여'를 포함해 잠재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전직 미국 고위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끄는 데 김정은의 '화려한 편지' 한 통만 있으면 된다. 그다음에는 바로 시작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계획'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이익대표 역할을 하는 주북한 스웨덴 대사는 지난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 정부 관계자 및 전문가들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이를 두고 "이는 주로 평양에 대한 관여 가능성에 대한 분위기를 살펴보는 것이었다"고 짚었다. 이익대표는 외교 관계가 단절된 국가 대신 제3국이 그 나라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대리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미국은 주북한 대사를 두고 있지 않다.
미국의 고민은 북·미 대화를 재개했을 때 총괄 책임자를 지정하는 실무 차원까지 확장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무부 관계자들은 악시오스에 외부의 북한 전문가들과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하고 있는데 논의 주제 가운데 하나는 북·미 대화 재개 시 북한 측 대화 상대자가 누가 될지에 대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 연구소 한국 석좌는 이 매체에 "전·현직 미국 관료와 싱크탱크 전문가 간의 비공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트럼프 정부가 트럼프와 김정은 간 회담을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트럼프 1기 때인 4년 전보다 협상 지위가 높아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의 핵 능력이 과거보다 발달한 데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장 지원으로 군사적 밀착 관계를 형성했다는 점, 중국의 대북 문제 관여 가능성 등이 트럼프 행정부의 고민거리로 꼽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처럼 북한을 압박하는 외교 전술을 2기 때도 활용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핵 문제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두 번째 백악관 입성 후 북한과의 외교 재개에 대한 관심을 공개적으로 표명해왔다. 이 과정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해 한국 등 동맹국에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31일에는 북한과의 접촉 계획을 묻는 말에 답하면서 북한을 두고 '거대한 핵 국가'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모호한 해석을 낳았다고 일본 교도통신 등은 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무언가 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직접 암시하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 개인에 대해서도 "그는 나를 좋아했다. 나는 그를 좋아했고 매우 잘 지냈다(1월21일)" "그는 종교적 광신자가 아니다. 똑똑한 남자(1월24일)" "아마 전 세계의 그 누구보다 내가 그를 잘 알 것"이라고(2월10일)" 등 친분을 과시하거나 치켜세우는 듯한 메시지를 내왔다.
전직 미국 관리는 "과거 협상은 비핵화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김정은은 현재 이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을 것이지만 만약 대화 주제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군축이라면 북한은 종일 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경우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이란 관측이다. 이는 반대로 한국과 일본을 크게 우려하게 할 수 있으며 나아가 자체 핵무기 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할 수 있다고 악시오스는 짚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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