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의 질, 전반적인 건강과 관련" 강조
미국에서 고등학생들의 주최로 정자 경주 대회가 열렸다.
AFP통신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팔라디움에서 세계 최초로 정자 경주 대회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이번 대회는 미국의 10대 기업가 4명이 남성 불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개최했다. 17세 고등학생 에릭 주는 이 행사를 개최하기 위해 150만달러(약 21억원)를 모았다.
대회는 건강한 남성 대학생 2명에게서 채취한 정액 샘플을 20cm 길이의 경주로에서 서로 경쟁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실험실 가운을 입은 한 남성이 미리 채취한 정액 샘플을 폭 2㎜의 '트랙'에 놓으면서 경주를 시작했다. 이 모습은 현미경으로 100배 확대 촬영된 뒤 3D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로 변환한 영상 형태로 나타났다. 현장엔 관중 수백명이 모였다. 유튜브 생중계로도 조회 수 10만회를 넘기는 등 화제를 모았다. 경기 우승자는 서던캘리포니아대(USC) 트리스탄 밀커였다.
대회를 기획한 주는 지난 50년 동안 평균 정자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는 주장을 담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누구도 아기를 낳을 수 없는 디스토피아 미래가 올 수도 있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생식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의견이 미 우파 진영에 널리 퍼진 '출산장려주의'와 맥락이 닿아있다고 봤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인구 감소가 서구 사회를 위협한다는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실제로 그는 여러 여성과 최소 14명의 자녀를 뒀다. 하지만 주는 "나는 지구를 다시 사람들로 채우고 싶어 하는 일론 머스크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정자의 질이 전반적인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주는 "일찍 자는 것, 약물을 끊는 것, 더 건강하게 먹는 것 등 이 모든 것이 운동 능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획자의 '진지한' 의도와는 달리 단순히 10대들의 '사춘기 유머'를 보여주는 자리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참석자는 남성 성기를 닮은 의상을 입고 왔으며, 경기 진행자들은 음란한 농담을 하며 경기 참가자들을 놀리기도 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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