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화하기 쉬운 환율, 기술적 이해해야
2+2 통상협의 결과는 긍정적 측면 있어
통화정책, 성장만 보고 속도 내기 어려워
"유럽처럼 우리도 위기를 기회 삼아야"
"환율 문제를 미 재무부와 우리 기획재정부가 별도로 협상하자고 한 것은 나쁘지 않은 뉴스다. 미 재무부는 우리 기재부처럼 환율 관련 전문가 집단이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환율 절하를 막고 있는지 이해도가 높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 인근 식당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동행 기자단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전날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에서 양국이 환율(통화정책)을 관계부처를 통해 별도로 논의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긍정적인 평가를 한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 인근 식당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동행 기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G20 동행 기자단
이 총재는 "우리나라 환율은 최근 몇 달간 정치 등 다른 이슈에 의해 절하됐는데 그런 점을 설명하기가 어렵다"며 "기술적으로 이해하는 미 재무부와 기재부가 얘기하면 정치로부터 벗어나 전문적인 얘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경제학자가 아니면 환율을 잘 모른다"며 "환율은 정치화되기 쉬워 전문가끼리 얘기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전반적인 통상협의 결과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줄어 다행이다"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세 가지가 중요한 키"라며 "첫째는 시간, 협상 방식을 양측이 이해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둘째는 미국이 한국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는 것"이라며 "셋째는 우리 내부 절차가 있어 최종 합의는 새 정부 들어와서 7월에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이해를 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출장 기간에 세계 각국 인사와 미팅하면서 미 관세 충격에 따른 불확실성이 중요 화제였다고 말했다. 또 "유럽 사람들은 '위기를 구조조정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며 "우리나라도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현재 유럽에서는 지체됐던 은행 통합(Banking Union)이나 자본시장 통합(Capital Markets Union) 등의 구조조정을 가속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이 총재는 또 "많은 나라가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음에도 글로벌 리세션(세계적인 경기 침체)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에서 관세가 낮아져도 미국과 중국 간 관세가 100% 이상으로 높으면 글로벌 공급망 마비 우려가 있고 경기 하락 리스크가 경감되지 않는다"며 "중국과 미국이 타협을 이뤄야 한다는 이야기를 여러 나라가 모였을 때 많이 한다"고 했다.
국내 통화정책을 빠르게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와 관련해서는 "성장만 생각한 것"이라며 "중앙은행은 성장만 보고 갈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불확실성이 커진 때 아무 생각 없이 무조건 빨리 갈 수만 있겠냐"고 물으며 "(터널에서) 헤드라이트만 믿고 가는 것보단 라이트를 켜되 (어둠에) 눈이 익숙해질 때 가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이자율이 "인하 트렌드에 있다"고 짚기도 했다.
국내 경제 지표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은이 내달 경제전망에서 큰 폭의 성장률 조정을 할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관세, 재정 등의 변수가 있어 "지금 얘기하기 어렵다"고 했다. 연초 예외적으로 추가경정예산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며 "당분간 재정 얘기는 안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와 IMF·세계은행(WB) 춘계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D.C.를 찾았다. 각국 중앙은행 총재와 IMF 관계자, 글로벌 금융사 임원을 포함한 다양한 인사들과 면담 등을 한 뒤 29일 귀국할 예정이다.
워싱턴D.C.(미국)=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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