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에 수여"…'FPA 메달' 수상 소감
"경제학자, 때로는 정치인만큼 현실적일 필요"
"염려했던 대로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대한 언급이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시간이 제 결정의 옳고 그름을 평가해 줄 것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외교정책협회(FPA) 시상식에서 'FPA 메달'을 받았다. FPA 메달은 국제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책임감 있는 글로벌 리더십을 보여준 인물에게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으로, 이 총재는 이날 마티아스 콜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과 공동 수상했다. 역대 수상자는 장클로드 트리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이 있다.
이 총재는 수상 소감을 통해 "중앙은행가(총재)는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야 하지만 케인스가 그의 스승 마셜을 가리켜 말했듯이 경제학자는 '때로는 정치인만큼 현실적'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앙은행은 독립성에서 비롯되는 특권을 남용해서는 안 되며 물가 안정 등 좁은 범위에서 주어진 책무를 수행하는 데 엄격하게 국한돼야 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최근 한국의 정치적 불안과 같은 예상치 못한 극단적인 상황이라면 중앙은행에도 어느 정도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근 정치적 혼란을 지나오는 과정에서 중앙은행 총재로서 제가 할 발언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고 오해받을 우려에 대해 여러 고민을 했다"며 "대통령 탄핵이 조기 대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재정 정책에 대한 양당의 견해가 상반되는 가운데 재정 부양책에 대해 언급할 경우 정치적 편향으로 비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계엄 사태 이후 내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위축되면서 경제 성장률에 대한 시장 전망이 급격히 하락해 추경을 통한 부작용 완화의 필요성을 언급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추경안이 초당적으로 통과된다면 한국의 경제정책만큼은 정치적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메시지를 국제 투자자들에 줄 수 있어 국가신용 등급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세계 경제의 높은 불확실성과 한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이후 급등했던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했으나 무역 갈등, 지정학적 긴장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세계 경제 분절화가 심화하고 있다"며 "IMF는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상당폭 하향 조정할 것이고, 수출 중심 구조로 대외환경 변화에 특히 취약한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며 "주요국 관세 인상은 한국 수출에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정치적으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이후 대통령 선거 일정이 확정되면서 상황이 점차 안정되고 있으나,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 이후 고조된 정치적 불확실성이 그간 대외 환경 변화로 인한 어려움을 한층 가중시켰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고 봤다. 이 총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최근의 정치적 사건은 한국 민주주의의 강인한 회복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며 "정치적 견해 차이로 갈등과 대립의 순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나 우리는 헌법에 따른 절차와 평화적인 해결 방식을 존중하고, 새로운 대통령 선출이라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굳건한 한미 관계의 중요성 역시 강조했다. 이 총재는 "복잡한 지정학적 긴장, 무역 갈등 속에서도 굳건한 한미 관계는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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