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이상기류 감지
국방 기밀 보고 취소·인사 개입 시도 좌절 등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한 때 '퍼스트 버디'(대통령의 단짝)로 꼽혔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영향력이 이전보다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언론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전날 국세청장 직무대행에 재무부 부장관인 마이클 포켄더를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15일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가 백악관을 통해 국세청장 직무대행으로 앉힌 게리 섀플리는 불과 사흘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NYT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재무부 산하 기관에 대한 머스크의 인사 개입에 불만을 품은 베선트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머스크의 인선을 뒤집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온라인상에서 베선트 장관에 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7일 머스크는 극우 선동가로 알려진 로라 루머가 베선트 장관을 비판한 엑스(X·옛 트위터) 글에 동조하는 답글을 달았다. 루머는 베선트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반대해온 금융계 인사와 협력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위험에 빠뜨렸다"라고 비난했다. 머스크는 이 글을 공유하며 "문제가 된다"(Troubling)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외신은 "머스크는 지난 몇 주간 백악관 내에서 잇따른 좌절을 겪었다"라고 지적했다.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의 연방기관 지출 삭감 작업은 일부 부처·기관의 비협조로 당초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또 이달 초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에서는 머스크가 후원한 보수진영 후보가 낙선해 그 화살이 머스크를 향하기도 했다.
지난달 21일에는 머스크가 국방부를 방문해 중국과 전쟁 발발 시 작전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으려고 시도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취소됐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지난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도 머스크의 역할은 초반에 짧은 발언으로 끝나, 첫 각료회의 참석 당시 거의 독무대를 연출한 것과 비교됐다고 외신은 덧붙였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 초반에 머스크의 영향력은 한계가 없어 보였지만, 근래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머스크의 백악관 내 영향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라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몇 주간 언론 인터뷰도 하지 않았으며, 자신이 소유한 엑스에서도 활동이 뜸해졌다. 외신은 "평소 주연급 에너지가 넘치는 억만장자의 모습을 근래는 자주 보지 못하게 됐다"라고 꼬집었다.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 간의 이상기류가 일찍이 감지됐다는 의견도 있다. 머스크는 지난 5일 엑스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설명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을 두고 "그 사람은 아무것도 제대로 만든 게 없다"라고 비난했다.
같은 날 머스크는 이탈리아 극우 정당이 피렌체에서 개최한 화상 회의에 참석해 유럽연합(EU)과 제로(0) 관세 상황으로 이동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EU에 20%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한 지 불과 3일 만이었다. 비슷한 시기 트럼프는 비서실장에게 머스크를 더 잘 관리하라고 지시했고, "머스크는 결국 자신이 이끄는 전기차 회사 테슬라와 우주기업 스페이스X 등으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머스크의 퇴진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머스크의 정치적인 역할이 당장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에게 부여됐던 역할은 여전히 상당 부분 이어지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인 자리에서 여전히 머스크에 대해 따뜻하게 언급하면서 그가 테슬라에 대한 공격을 견디며 자신과 협력해온 점에 깊은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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