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더딘 새마을금고]⑥
법령으로 규정한 결격사유
100좌 이상의 출자좌수를 2년 이상 보유해야
계산하면 수백에서 수천만원 출자해야
혁신 선언에도 해당 규정 그대로 남아
중앙회 "상호금융 지역사회 역할 고려해야"
전문경영인 제도는 중앙회부터 자리 잡지 못해
지난 3월 실시된 제1회 전국동시새마을금고이사장선거에선 역사상 처음으로 일반 조합원들이 이사장 선출을 위해 직접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일부 금고(총자산 평균 잔액 2000억원 이상 금고 543개)에서만 진행됐음에도 기존 간선제와 비교해 한층 더 조합원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단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사장 선출과 관련해선 전·현직 이사장이나 임원에게 유리한 선거구조는 여전했다. 특히 금융에 특화된 당선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이는 금융전문가의 이사장 출마를 제한하는 규정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고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어 이를 타개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함에도 규정이 이를 발목 잡아 혁신을 더디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새마을금고와 관련된 법체계를 살펴보면 회원이 아닌 금융전문가는 개별 금고 이사장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우선 가장 상위법인 새마을금고법에서부터 이를 가로막고 있다. 21조 임원의 결격사유 조항을 보면, 금고 임원이 되기 위해선 현재의 정관으로 정하는 일정 출자좌수를 2년 이상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2년 이상 회원 자격을 유지했더라도 수천만원을 납부해야 출마할 수 있다. 새마을금고법에서 위임한 일정 출자좌수를 보면 알 수 있다. 새마을금고 정관은 법에서 얘기하는 '일정 출자좌수'를 100좌 이상의 납입출자금으로 보고 있다. 이를 2년 이상 계속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금고 정관은 개별 금고마다 다르지만, 임원의 결격사유 조항의 경우 중앙회에서 규정한 결격사유 외에는 추가로 금고에서 결격사유를 규정할 수 없어 모든 금고에 적용된다.
이사장 출마를 위해선 실제로 얼마의 금액이 필요할까. 금고마다 출자 1좌 금액은 다른데, 지난해 9월 기준 1282개 새마을금고 출자금 1좌 평균 금액은 6만1626원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최소 616만2000원(100좌)을 2년 넘게 납입출자금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부 금고에선 100좌보다 많은 200좌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그 금고에선 1000만원이 넘는 비용이 소모된다. 해당 계산을 위한 1좌 금액은 정관상 최대 10만원으로 제한되는데 이런 금고의 경우 이사장 선거 출마를 위해 2000만원까지도 필요할 수 있다.
해당 정관 조항은 2023년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이후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자문위원회 활동이 이어졌음에도 개정되지 않았다. 정관 조항들이 1998년 12월부터 12차례 개정됐고, 혁신을 선언한 2023년에도 개정이 이뤄졌지만 출자좌수 제한은 그대로 남겨졌다. 전문경영인 도입 선언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이 같은 규정이 그대로 남아있어 이번 동시이사장 선거에서도 전·현직 임원들이 강세를 보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계를 보면 새마을금고 이사장 당선자 1101명 중 현직은 750명으로, 전체 당선자의 68.1%를 차지했다. 전직 이사장이나 부이사장·감사·이사 등이 당선된 경우는 214명(19.4%)이었다. 사실상 10명 중 9명은 기존 임원들이 이사장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전·현직 임원 출신을 제외한 선출 이사장들의 직업은 금융과는 거리가 있었다. 자영업이라고 적은 당선자는 46명이었으며, 부동산 임대업 등 부동산 관련 직업을 가진 당선자는 16명이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금고가 지역주민의 자금을 통해 조성된 금융기관인 만큼 이사장은 건전운영을 통해 성과를 환원해야 하는 원리를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위에 있다"며 "금융전문성만을 최우선 가치로 고려하기보다는 상호금융기관의 지역사회 내 역할 및 협동조합 운영원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중요하단 측면에서 결격사유에 2년의 회원자격 유지 기간을 뒀다"고 설명했다.
전문경영인 제도는 개별금고를 관리·감독하는 중앙회부터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경영혁신자문위원회는 중앙회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전무·지도이사를 폐지하고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경영대표이사' 제도를 만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실제 법 개정을 거치며 오히려 이들의 권한(인사권 및 예산권 부여)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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