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비전포럼 주최 세미나
"통일은 조용히, 도둑처럼 올 수 있다.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재앙이 될 수 있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이 17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통일 독일 국토개발과 한반도의 국토전략' 세미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한반도미래포럼이 주최하고 건설산업비전포럼이 주관했다.
김 회장은 "남북 간 적대가 심화하고 통일 논의는 사라졌지만 통일 노력은 국가 차원은 물론 민간에서도 멈춰선 안 된다"며 "건설산업은 더욱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부터라도 통일 한반도 국토개발 밑그림과 마스터플랜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며 "북한은 우리와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건설산업이 북한 진출 때 철저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회장은 또 "대한민국이 당면한 저성장과 저출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통일"이라며 "남북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국가경쟁력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 통일 과정을 언급하며 "화폐 통합, 토지소유권, 통일수도 이전 등 독일이 겪은 과정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며 "독일 통일 과정에서 성공한 사례들은 귀감으로 삼고 실패 사례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2014년 한국공학한림원 내에 '한반도국토포럼'을 창립해 통일한반도 국토개발에 대한 논의를 이어왔다. 또 한미글로벌 내에 2020년 '통일한반도 건설산업전략연구소'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이날 세미나에선 지난해 착수한 연구 결과도 함께 공개됐다.
이상준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독일 통일 사례를 분석하며 "독일은 통일 이후 20년간 최소 1조유로에서 최대 2조유로(약 3200조원)를 투입했다"며 "연방정부가 공식 추산한 15년간 투입 비용만 1조4000억유로(약 2240조원)로, 초기 예산의 2.8배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프라 개선은 성과를 냈지만 부동산 소유권 분쟁, 지역 불균형, 주택 공실 등 부작용도 컸다"며 "특히 동서독 간 3대1이던 경제 격차에 비해 남북은 30대1로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17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통일 독일 국토개발과 한반도의 국토전략'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에서 네 번째부터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 강호인 건설산업비전포럼 공동대표, 손성홍 독일 정치·문화연구소 소장,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오른쪽에서 두 번째 박선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원본보기 아이콘김민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 지역 개발은 스마트시티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해 동북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토 모델로 구축해야 한다"며 "탄소중립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반영한 국토개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아시안하이웨이, 대륙철도(TCR·TSR), 동북아 항만도시 네트워크, 에너지 연계망 등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개방형 국토개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일 재원 조달 방식으로는 독일 사례처럼 공공과 민간이 결합한 '혼합금융' 모델이 제시됐다. 독일은 1990년부터 2019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총 3400억유로를 동독지역에 지원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국제 민간자본을 활용한 재원 조달 방안과 함께 수자원 인프라 등 지속가능발전기금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좌장을 맡아 탈북민 최초 국내 대학 정교수인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 손홍일 독일정치문화연구소장, 김영찬 전 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 소장, 박진철 대한건축학회 회장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통일은 예측할 수 없지만 준비는 필수"라며 경제 격차, 인구 구조 변화, 기후 위기, 국제 정세 등 복합 위기를 대비할 실질적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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