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韓 재판관 후보자 지명'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권한대행 지명 권한엔 "단정할 수 없어"
효력정지, 헌법소원 본안 선고까지 '기한'
사실상 차기 대통령이 결정할 가능성 커져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본안인 헌법소원 선고 결과와 시기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일을 하루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025.04.03 사진공동취재단
헌재는 '월권' 논란이 일었던 한 대행의 행보에 제동을 걸면서도 정작 사안의 핵심인 '대통령 권한 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불확실성을 남긴 채 핵심을 비켜갔다는 비판이 나온다. 헌재의 헌법소원 선고 결과와 시점에 따라 여러 시나리오가 가능하지만 6·3 대선까지 45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사실상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은 차기 대통령이 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헌재는 16일 오후 한 대행이 오는 18일 퇴임하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후임으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 것에 대해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김정환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의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한 대행이 이완규·함상훈 후보자를 지명한 지 8일 만에 신속하게 가처분을 인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 대행의 재판관 후보자 지명·임명 절차는 중단됐다.
가처분 인용에 따른 효력 정지 기한은 헌법소원 본안 선고까지다. 헌재는 "신청인이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를 입을 위험이 있고, 국회의 인사청문 실시 여부와 관계없이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할 수 있으므로 가처분 인용을 통해 손해를 방지할 긴급한 필요도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관을 임명함으로써 발생하는 불이익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더 크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헌재는 이번 가처분을 인용하면서도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임명권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한 대행의 지명 행위에 대해 "(위헌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만 밝혔다. 심판 요건을 갖췄는지 등에 대한 판단과 한 대행의 '월권' 논란에 대한 결정을 유보했다는 점에서 형식적 법리에 숨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앞으로 변수는 헌재의 헌법소원 인용 여부와 선고 시기다. 헌법소원은 필요에 따라 변론기일을 열기도 하지만 통상 서면심리를 통해 6명 이상의 찬성으로 인용된다. 인사청문회법상 대통령이 지명을 하면 국회는 20일 이내에 인사청문 절차를 마쳐야 하고, 청문 기간은 1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이에 따른 시나리오는 크게 4가지다. 헌재가 헌법소원 사건을 위헌으로 판단할 경우 한 대행의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2인의 재판관 후보자 지명은 원천 무효가 되고, 2인의 재판관 지명 몫은 자연스럽게 차기 대통령에게 넘어간다. 야당 출신이 대통령이 될 경우에는 새 후보자를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2인의 새 재판관을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행의 지명에 반발해 왔으며 헌재의 가처분 인용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헌법소원 사건이 기각·각하 돼 한 대행의 지명 효력이 인정될 경우 선고 시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지명부터 가처분 인용 결정까지 걸린 기간은 8일이지만 인사청문요청서가 제출·접수되지 않아 인사청문회법상 국회에 남은 시간은 최대 30일이 된다.
선고가 6월3일 대통령 선거가 임박해서 나오면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헌재 재판관의 얼굴이 바뀔 수 있다. 한 대행의 지명에 찬성하는 국민의힘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 한 대행의 지명을 이어받아 임명할 가능성이 있지만 야당 대통령이 나오면 이때 역시 한 대행의 지명과 상관없이 새로 지명 후 임명 절차를 거칠 가능성이 있다.
만약 기각·각하 선고가 4월 말~5월 초 정도에 나온다면 한 대행은 인사청문회법상 남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송부 기한을 기다려 대통령 선거 이전 본인이 지명한 두 후보자를 기존대로 임명할 수도 있다. 국회가 인사 청문 보고서를 채택·송부하지 않으면 않는 대로 임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헌재는 오는 19일부터 '7인 체제'로 움직이게 됐다. 2017년 3월 이정미 당시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며 7인 재판관 체제로 운영됐던 일 이후로 8년 만이자, 역대 세 번째다. 헌재법 23조에 따라 헌재는 재판관 7명으로도 심리와 선고가 가능하다. 다만 민주당이 후임 재판관이 임명되지 않으면 그때까지 임기를 자동 연장하고 이를 소급해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헌재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면 또 달라질 수 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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