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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두 교수 "플랫폼 콘텐츠 무단 활용이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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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용자 위한 공정이용을
공익 내세워 빅테크가 악용
저작권법만으로 해결할 수 없어
학제적 논의, 사회적 합의 시급

남형두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최근 출간한 책 '공정이용의 역설-시소에 올라탄 거인, 균형의 복원'(경인문화사 펴냄)을 통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그는 “공정이용은 본래 정보 접근권과 창작자 권리의 균형을 위한 제도였지만, 지금은 플랫폼 기업들이 책임을 피하기 위한 ‘면책 논리’로 오용되고 있다”며 책을 쓴 배경을 설명했다.

남형두 연세대 로스쿨 교수. 법률신문

남형두 연세대 로스쿨 교수. 법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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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론'(현암사 펴냄, 2015) 이후 10년 만의 단행본인 이번 책에서 남 교수는 ‘공정이용의 역설’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오라클과 구글의 소송을 다뤘다. 구글이 오라클의 자바(Java) API 코드를 허락 없이 사용한 것에 대해 2010년부터 약 11년간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항소심에서는 저작권 침해로 보고 오라클에 유리한 판결이 나왔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은 2021년 4월 “공익에 기여했다”며 공정이용으로 인정하고 결국 구글의 손을 들어줬다.


남 교수는 이 판결에 대해 “작은 사용자를 위한 자그마한 문을 거대 사용자가 활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약자를 위한 예외 조항이 오히려 플랫폼 기업의 도구가 되어 버린 역설적인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판례가 미국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남 교수는 “미국 법원이 정한 ‘공익’의 개념이 전 세계 콘텐츠 환경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시대”라며 사법 주권의 문제를 제기했다. 예컨대 유튜브 약관에 따라 이용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카운티의 연방 및 주 법원을 관할 법원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유튜브상에서 한국인 간 분쟁이 발생해도 한국 법원에 제소하기 어려운 구조다. 사실상 재판받을 권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는 AI 학습 과정에서의 ‘텍스트·데이터 마이닝(Text and Data Mining·TDM)’ 문제로도 이어진다. AI는 논문, 뉴스, 웹사이트, 이미지 등 대량의 콘텐츠를 수집해 학습한다. 이 과정에서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저작물을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본, 영국 등 일부 국가는 TDM에 면책 조항을 두고 있다. 남 교수는 “결국 ‘AI 학습을 위한 목적이라면 공정이용이 된다’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저작권이 무력화되는 방식으로 TDM이 활용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한국 정부는 2021년 저작권법을 개정해 TDM 면책 조항을 도입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제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서 폐기됐다.


최근 ‘AI 기본법’이 통과되면서 AI 저작권 체계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남 교수는 현재의 AI 및 플랫폼 생태계를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시소’에 비유했다. 그는 “AI의 데이터 수집이 모두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다만 빅테크 플랫폼이 저작물 등 데이터를 공정이용을 통해 사실상 무상으로 쓰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플랫폼이 이용자에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자선 사업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엄청난 광고 수익을 벌어들인다는 점에서 창작자들이 크게 피해를 입고 창작자와 이용자 모두 플랫폼 생태계에 순치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이 내용을 법률신문 기고에서 목장주와 옥수수 농장주에 빗대어 우화 형식으로 풀어낸 바 있다.

남 교수는 “공정이용과 TDM 면책 논의는 결국 AI 시대의 정보 구조와 데이터 주권, 창작자 권리로 이어진다”며 “저작권법 하나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그는 “개인정보 보호법, 공정거래법, 노동법, 조세법, 심지어는 철학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학제적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남 교수는 “공정이용은 원래 약자를 위한 제도였고, 지금도 여전히 필요하다”며 “이 제도를 어떻게 운영할지, 어느 시점에서 누가 그 혜택을 가져가는지를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한주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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