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해외 순익 사상 최대…해외법인 모두 흑자
호실적 힘입어 '6년 만 리딩뱅크' 효자 노릇
올해 목표 1조…"새 역사 쓰겠다"
베트남법인 디지털 금융 확대 등 사업 고도화
우즈베키스탄·아프리카 등 추가 진출 검토도
신한은행이 올해 해외 순익 목표를 1조원으로 잡고 '글로벌 강자' 지위 굳히기에 나선다. 효자 국가인 베트남·일본·카자흐스탄에서 사업 내실을 다지고 우즈베키스탄 등 추가 진출 국가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6년 만에 꿰찬 '리딩뱅크' 자리를 지켜내겠다는 목표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해 해외 순익 목표를 내부적으로 1조원으로 잡았다. 내부 고위 관계자는 "세전 기준으로 1조원이라는 목표를 설정해 직원들에게 공유했다"며 "실제 1~2년 내 달성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순익은 2022년 7167억원(세전 기준)에서 꾸준히 늘어 지난해(8866억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해외 순익 '1조원'은 국내 은행에 넘지 못할 산과 같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오명을 벗고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글로벌을 지향하지만 실적은 아직도 내수에 크게 못 미친다. 해외 순익이 1조원을 넘은 시중은행은 단 한 곳도 없다.
신한은행이 '1조원'이라는 숫자를 내건 것은 글로벌 사업에 그만큼 힘을 싣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승승장구하고 있는 해외사업 실적도 자신감의 밑바탕이 됐다. 신한은행의 해외 순익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은 물론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많았다. 베트남법인 1곳의 실적(2640억원)이 다른 은행들의 전체 해외 순익과 맞먹는다. 지난해에는 해외법인 10곳 모두 흑자를 냈다.
호실적에 힘입어 연간 실적 1위라는 '리딩뱅크' 자리도 6년 만에 탈환했다. 올해 목표를 1조원으로 상향 조정한 것은 실적을 더 늘려 확실한 1위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내수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과도 관련이 깊다.
신한은행은 기존 효자 노릇을 한 베트남·일본·카자흐스탄 법인의 사업을 고도화시켜 순익을 늘리겠다는 것이 기본 계획이다. 내부 고위 관계자는 "기존에 가진 자원을 어떻게 더 고도화시킬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베트남의 경우 지점을 늘리는 식으로 사업을 확대해왔으나, 비대면 등 디지털 금융까지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신한은행 베트남법인은 베트남 은행권 최초로 비대면 대출상품을 출시하며 첫발을 들였다. 정통 거점인 일본에서는 소매와 기업금융 전반을 다루며 수익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양대 축인 신한베트남은행과 일본 SBJ은행 외에 카자흐스탄도 주요 국가로 꼽는다. 신한카자흐스탄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익 1000억원을 돌파하며 해외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카자흐스탄을 거쳐 우회 무역에 나선 기업들이 늘면서 수혜를 누렸다. 신한은행은 어렵게 올려놓은 실적 개선세를 종전 이후에도 유지하는 것이 과제다. 커진 자본력을 바탕으로 현지 기업대출을 늘리는 등 시장을 키울 계획이다.
추가 진출 국가도 계속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현재 20개국에 진출해 있다. 현지에 법인을 세운 나라는 미국·일본·중국 등 10곳이다. 가장 마지막은 2015년 인도네시아였다. 해외 지점은 9개 국가, 14개 지점인데 이 역시 2016년이 마지막이다. 2020년 이후에는 헝가리와 미국 조지아주에 사무소를 연 것이 전부다.
신한은행은 현재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진출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다. 중앙아시아에서는 우즈베키스탄이 유력하다. 내부 고위 관계자는 "우즈베키스탄은 인구수가 많고 출산율이 높아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은행 민영화도 추진 중"이라며 "그곳에서 우리가 어떤 사업을 할 수 있을지,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는 스터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신정부의 관세정책 이후 국내기업의 움직임도 함께 살피며 미국 내 지점 확대를 검토 중이다.
지난해 첫발을 뗀 해외은행에 대한 지분 투자도 추가로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4월 인도의 학자금대출 1위 은행인 크레딜라의 지분 10%(약 2400억원)를 인수, 8개월 만에 40억1700만원의 지분법이익을 냈다. 올해는 지분법이익이 100억원가량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크레딜라는 올 4~5월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IPO에 성공하면 1년 만에 투자금 회수도 가능하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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