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총회서 최 대행 탄핵 검토 가능성도
실제 탄핵 부담 커…정치적 이득도 미비
더불어민주당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시한을 19일로 못 박으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최후 통첩했다. 민주당은 이날까지 최 대행이 마 후보를 임명하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 검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 대행을 향해 체포 가능성을 언급하며 "몸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광화문에 설치된 천막 시위장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오늘 안에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최 대행이 전날 아홉 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모두 40번째 거부권이며, 이승만 정부에서 45회 (거부권 행사)이래 최다 기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국회 권한을 심각하게 침해하니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한단계 떨어진 선거민주주의 국가로 취급받고, 결함 민주주의 국가로 낙인찍힌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스웨덴 예테보리대학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V-Dem)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발표한 'V-Dem 민주주의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 179개 국가 중 민주주의 지수가 41위로, 지난해보다 1단계 하락했다.
그러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이 12년 동안 45회 거부권을 행사한 점에 비춰보면 윤석열 정부는 3년 만에 40회로 사실상 역대 최다 거부권 기록을 세웠다"며 "특히 최 대행은 이승만, 윤석열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진기록을 세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 대행을 향해 윤석열 아바타라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꼬집었다.
박 원내대표는 "최 부총리는 어제 9번째 거부권을 행사한 국무회의 자리에서 헌재의 어떤 결정에도 결과를 존중하고, 수용할 것을 국민께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며 "헌재의 결정을 노골적으로 따르지 않는 당사자가 어떻게 뻔뻔하게 그런 말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헌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결정한 지 벌써 3주가 지났다. 유체이탈 화법을 쓰며 국민에게 헌재의 결과를 따르라고 하기 전 최 대행은 헌재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솔선수범을 보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최 대행을 향해 마 후보자 임명 기한을 이날까지 못 박은 배경에는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기일이 늦어지면서, 탄핵 인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탓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선 헌재가 당초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날까지 선고 기일이 지정되지 않자 조심스럽게 기각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이날 최 대행을 향한 발언 수위도 높아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 대행을 향해 "단순한 법률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게 아니라 가장 중요한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중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며 "직무유기는 현행범이다. 경찰이든 누구든 즉시 체포할 수 있다"며 "최 대행은 지금 이 순간부터 국민 누구나 직무유기 현행범으로 체포가 가능하기 때문에 몸조심하길 바란다"고 했다. 전현희 최고위원 역시 "오늘이 마지막 경고다. 마 후보자를 즉각 임명하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이날 저녁까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경우 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또는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방안을 의원총회에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민주당이 최 대행 탄핵에 대해선 부담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 대행을 탄핵할 경우 민주당에선 계엄 이후 30번째 정부 인사의 탄핵이 되고, 실제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미비하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명분이 확실하지 않은 탄핵 시도에 중도보수층 이탈이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 대행을 향한 민주당의 경고를 '겁박'이라며 비판했다. 최 대행이 마 후보자 임명을 하지 않은 이유는 국회 협의가 없는 추천이 근거라는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 협의가 없는 추천으로, 현 단계에서 임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변화는 없다"며 "(민주당은) 행정부 수장을 탄핵으로 또다시 겁박하는 의회 독주라는 걸 모든 국민이 인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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