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클럽 식품 기업 R&D 분석
R&D 투자 적을수록 해외 매출 비중↓
동원그룹, 지배구조 개편…해외 공략
"동원에프앤비(동원F&B)의 경우 국내 소비 침체와 경쟁 심화, 중장기적 인구 감소 등의 요인으로 성장 정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시장의 눈높이와 투자자의 기대에 부합하는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지난해 매출 기준 국내 식품업계 2위 기업인 동원F&B가 지주사인 동원산업 과 포괄적 주식 맞교환을 통해 100% 자회사로 편입하게 된 배경이다. 동원산업은 지난해 11월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일수 있는 밸류업 계획을 발표했는데, 동원F&B의 경우 내수 산업 성장 둔화로 인해 글로벌 사업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과 같은 주주가치제고 정책을 펴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동원F&B는 우리나라 최초 참치 통조림을 선보인 뒤 반세기 넘게 안정적인 수익을 거뒀지만, 제품 혁신을 통한 해외 시장 공략에는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R&D 투자 적은 식품사 해외 매출 비중 꼴찌
13일 아시아경제가 지난해 매출 3조원 이상 식품기업 11개를 분석한 결과, 오리온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은 연구개발(R&D) 투자가 적을수록 해외 매출 비중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단체급식 사업과 식자재 유통이 주력인 CJ프레시웨이 는 지난해 매출대비 R&D 비중이 0.14%로 가장 적었는데, 해외 매출 비중은 1%에 그쳤다. 매출액의 0.25% 가량만 R&D에 쓴 SPC삼립 도 해외 매출비중은 2%였다.
특히 연매출 4조5000억원에 달하는 동원F&B의 경우 지난해 R&D 투자액은 133억원으로 매출대비 0.3%에 불과했다. 동원F&B는 1969년 원양사업을 시작한 동원산업이 잡아들인 참치를 캔으로 만들어 판매하며 성장했다. 연간 2억개 이상의 참치캔을 판매, 국내 참치캔 시장 점유율은 80%를 웃돈다.
하지만 10년 전 70억원이던 R&D 투자는 절대적인 규모에서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R&D 비중은 경쟁사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이 회사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해외 비중은 3%에 그쳤다.
모회사인 동원산업이 2008년 미국 최대 참치회사인 `스타키스트`를 인수하며 현지 시장에서 과반 점유율을 확보하며 해외 실적을 끌어올렸지만, 별도기준을 보면 매년 수출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2022년 수출액 4000억원을 돌파하며 해외 매출 비중은 40%(39.41%)에 육박했지만, 이듬해 해외 비중은 37.54%로 축소된데 이어 지난해 34.78%까지 감소했다.
이 때문에 동원그룹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동원F&B를 동원산업의 100% 자회사로 편입, 종속기업인 동원홈푸드와 스타키스트 등 식품계열사를 글로벌 식품 디비전(Division)으로 출범시키고 그룹내 R&D 센터를 통합해 다양한 제품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매출대비 0.3%인 R&D 투자 비중을 1%를 끌어올리고, 지난해 5조7000억원인 글로벌 식품 디비전의 매출을 2030년까지 30조원으로 늘리겠다는 복인다. 이 사업부의 해외 매출 비중도 현행 22%에서 40%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年 2000억원 쓴 CJ 제일제당…해외 매출 비중 과반 육박
이같은 목표는 국내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 의 지난해 매출 및 R&D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대한통운을 제외한 연매출이 17조8700억원이었고, R&D 비용으로 2180억원을 쓰면서 매출 대비 비중은 1.22%였다.
CJ제일제당은 지난 수십년간 매년 매출 대비 1% 이상을 R&D로 쓰면서 햇반과 비비고 만두, 소바바 치킨 등 국내외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혁신 제품을 개척했다. 한국인의 주식인 쌀밥을 간편하게 데워먹을 수 있는 즉석밥 시장을 새롭게 창출했고, 비비고만두는 미주 지역 냉동만두 시장 점유율 41%에 달할 정도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해외 매출 비중은 49%로 오리온 을 제외한 대형 식품기업 중에서 가장 높다.
지난해 처음 3조클럽에 진입한 오리온의 경우 일찍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공을 들이며 해외 매출 비중이 65% 달한다. 지난해 기준 한국 매출은 1조976억원(매출 비중 35%)으로, 중국 1조2700억원(41%)보다 적다. 여기에 베트남과 러시아 등 신흥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하지만 국내에서 쓴 별도기준 R&D 규모만 반영되면서 매출대비 투자 비중이 낮아졌다는 것이 오리온 측 설명이다.
이는 해외 매출 비중 가장 큰 삼양식품 도 마찬가지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해외매출 비중은 77%까지 확대됐다. 한 때 부도위기에 몰렸던 삼양식품은 2012년 출시된 불닭볶음면이 전 세계적인 품절 대란이 벌어질 정도로 인기를 끈 덕분에 지난해 매출액이 1조7000억원까지 불어났다.
불닭볶음면 출시 초반 3000억원 안팎이던 이 회사의 매출은 2016년부터 급증했는데 2019년부터 해외 매출이 내수를 추월한 뒤, 매년 '퀀텀 점프' 중이다. 다만 삼양식품도 지난해 매출 대비 0.46%에 그쳤다. R&D투자액은 10억원대에 머물던 10년 전과 비교해 6배나 늘었지만, 매출 증가율이 이보다 더 가파랐던 탓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은 다른 업종과 달리 신제품이 나왔다고 구매하던 제품을 안 사는 것이 아니다"면서 "불닭볶음면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차기 제품에 대한 삼양식품의 고민도 깊을 것이다. R&D 규모는 소비패턴이나 시장 상황을 반영한 수치지만, 꾸준히 투자할 때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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