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미·러회담 종료 후 "우크라이나 대선 치러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선거가 치러지지 않았고 사실상 계엄령이 선포된 상태"라며 "우크라이나 지도자는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 나라도 산산조각이 났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자신들이 협상에서 배제됐다며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데 대해 "이 자리(협상테이블)에 앉고 싶다면 먼저 오랫동안 선거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평화 협정 체결을 위해 우크라이나의 대선을 원한다는 얘기가 있다'는 질의에 답하며 "이는 러시아가 제기한 것만이 아니라 나와 다른 나라들도 하는 얘기"라면서 우크라이나가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되자 우크라이나 언론의 반박 보도가 나왔다. 특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제시된 주장이라면서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의 최신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반박했다. 이 연구소가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인터뷰 방식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은 52%로 트럼프가 밝힌 4%와는 큰 차이가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트럼프의 발언을 전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시 지도자를 축출하고 친푸틴 인사를 내세우는데 선거를 이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선거로 교체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은 그간 러시아가 해온 주장과 비슷하다. 러시아는 전쟁을 이끌어온 젤렌스키 대통령을 축출한 뒤 우크라이나에 친러 정권을 수립하는 방안을 모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의 유명 코미디언 출신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대선에서 5년 임기의 대권을 잡았으나 전쟁 발발과 함께 계엄령이 선포돼 우크라이나는 현재 전시 내각 체제로 국가가 운영되고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지난해 3월 대선을 치러야 했지만 전시 체제에 따른 선거 중단으로 임기도 연장됐다.
이후 러시아 측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선을 취소함으로써 국가 권력을 찬탈했다는 주장을 이어오고 있다. 향후 양국이 상황에 따라 종전협정 등 합의문에 서명할 일이 있을 때 상대가 적법한 대통령이어야 하는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러시아의 주장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3년 말 영국 일간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자신을 권력에서 끌어내리려 한다며 러시아의 작전명을 '마이단3'라고 언급한 바 있다. 마이단은 2013년 11월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독립광장 마이단에서 시작된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를 뜻한다. '유로마이단 혁명'으로 불리는 이 시위로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노선을 이끌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축출됐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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