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車 관세 25%, 반도체·의약품은 25% 이상"…이달 푸틴과 회동 예고(종합)

트럼프, 플로리다 마러라고 기자회견
반도체·車 '최대 수출 품목' 韓, 초비상
"신규 관세 발표 전 기업에 시간 줄 것"
젤렌스키 향해 "지지율 4% 대통령"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25%, 반도체와 의약품에 25%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교역으로 먹고 사는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 반도체에 모두 '관세폭탄'을 예고하면서 우리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과 러시아의 첫 고위급 협상이 열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미·러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예고했다.

트럼프 "車 관세 25%…반도체·의약품은 25% 이상"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관세 수준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아마도 4월2일에 얘기하겠지만 25% 언저리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4월2일은 트럼프 2기 행정부 관료들이 미국으로 들어 오는 수입품에 대한 다양한 관세 옵션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는 날 하루 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과 반도체 관세와 관련한 질의에는 "25% 이상이 될 것"이라며 "1년 안에 매우 상당히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승용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승용차 관세율을 향후 트럭과 같은 수준인 25%로 올리겠다는 의미다. 유럽연합(EU)의 경우 미국 승용차에 관세 10%를 적용하는데, 부가가치세 약 20%를 감안하면 사실상 관세율이 30%에 달한다는 게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 부과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8%로 가장 컸고, 다음으로는 자동차가 10.4%로 두 번째로 많았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들어 오는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 부과를 지난 12일 공식 발표하고, 상호관세 부과도 4월 시행키로 하면서 한국은 트럼프 2기의 관세폭탄 사정권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세워 관세를 피할 시간을 주고 싶다고 밝혀 주요국 정부·기업들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신규 관세 발표 전 "기업들이 미국에 진입할 시간을 주고 싶다"며 "그들이 미국에 들어와 공장을 세우면 관세가 없다. 우리는 그들에게 약간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관세 발효까지 일정 시간을 두거나 단계별로 관세를 인상해 기업들이 생산 기반을 미국으로 옮길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허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자동차 기업들이 앞으로 수주 안으로 대미 투자와 관련한 발표를 하게 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구체적인 기업명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달 미·러 정상회담 예고…젤렌스키엔 "지지율 4% 대통령" 비판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미·러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언급했다. 미·러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무부 장관 등이 참석한 장관급 회담을 개최했다. 양측은 고위급 협상팀 설치, 전후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협력을 확대키로 하고 대(對)러시아 제재 해제 등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은 매우 좋았다"고 평가하며 이달 말 이전에 푸틴 대통령과 회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날 회담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 협정 체결 가능성에 "더 많은 확신을 갖게 됐다"고 언급했다. 전쟁터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병사는 물론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도 많은 수가 숨졌다"며 종전 필요성 또한 거듭 강조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패싱'에 불만을 제기한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지도자의 지지율은 4%로 떨어졌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3년 동안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며 "그들이 (협상 테이블에) 앉지 못해 걱정하고 있지만 오래 전에 협상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선거를 치러야 하지 않겠느냐. 우크라이나는 무너지고 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계엄령을 이유로 2023년 10월 총선과 지난해 3월 대선을 치르지 않았다고 몰아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을 가리켜 "당신은 결코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고, 거래를 할 수도 있었다"며 "전쟁이 지속되도록 한 건 리더십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을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 탓으로 돌린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지율은 4%가 아닌 50%라고 전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후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 주둔과 관련해 "(유럽이) 그렇게 하고 싶다면 전적으로 찬성"이라면서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요구한 종전 협상 조건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 내 미군 주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