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기자수첩]與, 반도체법 주도권 빼앗기나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기자수첩]與, 반도체법 주도권 빼앗기나
AD
원본보기 아이콘
"미치고 팔딱 뛸 노릇입니다."

사석에서 만난 국민의힘 의원은 앉기도 전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반도체특별법부터 상속세법 개정안, 연금개혁 등은 국민의힘이 선도했던 의제다. 그런데 뒤늦게 끼어든 더불어민주당에 의제를 도둑맞게 생겼다고 울상을 지었다.


여의도 정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반도체특별법이 대표적이다. 먼저 법안을 발의한 이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다. 지난해 11월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 예외를 적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그런데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직접 토론회까지 주재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 대표는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까지 포용할 수 있다는 뉘앙스까지 풍겼다. 결국 민주당은 기존 입장을 꺾지 않았지만 난감해진 것은 국민의힘이었다. 반도체특별법이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에 발목 잡힌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상속세 개편 논의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7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포함한 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1인당 5000만원인 자녀공제를 5억원으로 높이고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이 법안을 부결시킨 쪽은 민주당이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던 상속세 논의는 이 대표 말 한마디로 부활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상속세 공제 상향에는 찬성, 최고세율 인하에는 반대하면서 이번에도 여당을 몰아세웠다. 사실상 조기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이 퍼붓는 정책 공습에 국민의힘이 포위된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민주당에 양보하자니 탄핵 정국의 어려움에 더해 정책 주도권까지 넘겨주게 생겼기 때문이다. 반대하자니 민생 경제를 외면했다는 책임론이 부담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아무리 여소야대라도 선점한 의제까지 끌려가는 것처럼 보여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선택한 전략은 이 대표 공격이다. "정국 전환을 위한 꼼수" "성장을 외치지만 정작 성장하는 것은 이 대표의 거짓말 리스트"라며 연일 각을 세우고 있다. 정책 의제를 정치 의제로 전환하는 선택인데, 그것만으로는 정책 딜레마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여야의 대치 전선이 이어지면 반도체특별법도 상속세법도 누가 먼저 의지를 갖고 있었는지가 흐려질 수 있다. 정치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의제 선점 효과가 사라지는 셈이다. 선점한 의제를 성공적으로 연착륙하고 싶다면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책 로드맵을 토대로 때로는 압박하고, 때로는 대승적으로 양보하며 논의를 주도하는 전략적 선택이 요구된다. 그게 국민이 국민의힘에 바라는 집권여당의 모습이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top버튼

한 눈에 보는 오늘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