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硏, 원자력·핵융합 재료 ‘철 이온빔 조사’ 시작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원자력 및 핵융합 재료연구를 위한 ‘철(Fe) 이온빔 조사 서비스’를 내달부터 시작한다고 19일 밝혔다.

원자력연 핵물리응용연구부가 중이온 빔 조사시설을 이용한 ‘철 이온빔 조사 연구’에 성공해 내달부터 본격적인 조사 서비스를 시작한다. (왼쪽부터) 허성렬 선임연구원, 이상빈 석박사후연수생, 장대식 선임연구원, 이승현 선임연구원, 이현중 인턴연구원, 이석관 연구원, 이기현 선임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원자로 및 핵융합로에서 방출되는 고에너지 중성자는 핵연료 피복관과 구조재료 등 핵심 부품의 손상을 야기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관련 연구가 필수적이다.

연구에서 재료의 손상 정도를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만 연구용 원자로나 중성자발생장치 등으로 중성자를 직접 조사하는 시험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요구돼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해외에서는 중성자와 유사한 물리적 특성을 가진 이온을 조사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중이다.

이온은 원자가 전자를 잃거나 얻는 과정에서 전하를 띠는 입자로, 고온에서 원자를 기체화한 후 전기장을 이용해 생성된다. 가속된 이온을 재료에 조사하면 중성자 조사손상과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원자력연은 무거운 이온일수록 손상을 빠르게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2019년 중이온 빔 조사시설(KAERI Heavy-ion Irradiation Facility·KAHIF)을 구축했다. 이어 2022년부터는 아르곤(Ar), 헬륨(He) 등 중이온 빔 조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철 이온빔 조사는 철강 재료의 손상을 신속·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가동 중인 원전과 차세대 원자로 그리고 핵융합로 및 응용산업에서 널리 사용된다.

철강 재료와 동일한 철 이온빔을 조사하면 다른 이온빔을 조사할 때 나타나는 불필요한 물리·화학적 반응이 없어 순수한 조사 손상 영향 평가가 가능하다.

이런 장점으로 원자력 및 핵융합 분야에서 철 이온빔 수요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하지만 철은 기체로 변화시키기 어렵고, 이온 추출이 까다로워 기술 구현이 쉽지 않았다.

이에 원자력연은 금속 원소를 이온화해 가속할 수 있는 금속 이온원 장비를 구축, 국내 최초로 철 이온빔 가속 및 조사 기술을 확보했다. 또 고체 상태인 철 화합물을 기체 상태로 이온화한 후 전자기장에서 원하는 이온만 선별할 수 있는 이극전자석으로 초당 1000억개의 철 이온(Fe13+)을 추출·조사하는 데 성공했다.

원자력연은 확보된 철 이온빔 조사 기술을 토대로 중성자 조사와 이온빔 조사의 비교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물론 SMR, MSR, SFR 등 차세대 원자로와 핵융합로 주요 재료 개발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철 이온빔 조사 서비스 신청은 내달부터 원자력연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이동원 핵물리응용연구부장은 “이번 연구는 그간 해외 시설에 의존해야 했던 국내 연구자에게 일종의 오아시스가 될 것”이라며 “원자력연은 향후 철 이온 뿐 아니라 니켈 등 고난이도 이온원 추가 구축과 고온 시험 환경 확보 등으로 세계적 수준의 이온빔 조사 서비스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핵융합선도센터(R&D)’ 과제를 통해 2022년부터 수행했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