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시장 동맹강화에 중동시장 핵심지역 부상
이스라엘 방산 강화·트럼프 미 행정부 등 변수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이 올해 ‘K-방산’ 수출의 핵심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끼리끼리 동맹을 바탕으로 방산 시장에 대한 빗장을 강화하는 유럽과 달리, 중동지역은 이웃 적대 국가나 내부 반군 등의 위협 영향으로 항상 군 현대화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19일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3년 중동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레바논 8.9%, 사우디아라비아 7.1%, 오만 5.4%, 이스라엘 5.3%, UAE 5.3%, 요르단 4.9%, 쿠웨이트 4.9%로 세계 평균(2.3%)보다 높다. 현재 휴전국인 한국 국방비 비율(2.8%)의 2~3배에 달한다. 무기 도입사업을 늘리는 중동 지역의 연간 방산 시장 규모는 40조원에 달한다. 현재 20%대인 역내 무기 조달 비중을 2035년까지 60%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유럽연합(EU)과 온도 차가 크다.
이스라엘 아이언 돔 등 경쟁 상대 즐비
중동국가들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진행된 1년 4개월간 대공 방어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이스라엘 방공망에 관심을 가졌다. 이스라엘의 방공체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이스라엘은 경상북도 정도인 국토 면적을 지키기 위해 고도를 5단계로 나눠서 방공무기를 다층으로 준비했다.
고도 10㎞ 아래는 2011년 3월 처음 선보인 아이언 돔(Iron Dome)이 담당한다. 11개 포대에 20기의 요격미사일을 쏠 수 있는 3∼4개의 발사대를 갖추고 있다. 15㎞까지는 ‘다비즈 슬링’(David’s Sling·다윗의 돌팔매) 2개 포대, 25㎞까지는 PAC-3 8개 포대, 50㎞까지는 애로2 2개 포대, 100㎞ 이상은 애로3 1개 포대가 맡는다. 애로3는 최상층 방어체계이자 이스라엘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불린다. 이 모든 방공 시스템을 통합 지휘하는 합동지휘통제 시스템을 갖춰 효율적인 요격 작전을 펼 수 있다.
방공망이 인기를 얻으면서 이스라엘 방산업계도 호황을 맞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이스라엘의 3대 방위업체인 엘빗 시스템스와 라파엘 어드밴스드 디펜스시스템스,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이 접수한 주문 규모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5%나 증가했다. 전체 주문 액수는 630억 달러(약 91조9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슬로바키아는 IAI와 5억6000만 유로(약 8421억원) 상당의 방공시스템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늘어나는 경쟁국의 방산 수출액
K-방산 방공망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가성비와 빠른 납기로 요약된다. 2023년 무장 정파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로켓 공격에 대해 90% 이상의 요격률을 자랑해온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은 하마스 로켓의 ‘소나기 기습공격’에 허점이 드러났다. 중동국가들은 한국의 방공력에 눈을 돌렸다.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 2024년 이라크가 ‘천궁-Ⅱ’(M-SAM 2)를 수입했다. 17일부터 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방위산업 전시회 ‘IDEX 2025’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은 LIG넥스원 부스를 방문해 큰 관심을 갖기도 했다.
방공망에 이어 다른 무기체계에도 관심이 높아졌다. 2022년에는 이집트가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이라크와 다목적 기동헬기 ‘수리온’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처음으로 국산 헬기 수출이 성사됐다. 과거 UAE와 천궁 수출 계약을 맺은 이후 주변국으로 수출이 확대된 만큼 이번 수리온 수출이 이라크 주변국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방산 업체들은 올해 들어 대규모 전력 현대화 사업을 추진 중인 사우디에 주목하고 있다. 사우디 수출 규모는 육·해·공을 포함해 50억 달러(약 7조25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로템은 K2 전차의 중동 마케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대로템은 K2 전차의 심장인 파워팩에서 독일산 변속기를 국산 제품으로 교체하기 위한 개발 작업을 벌이고 있다. 자국 제품의 중동 수출을 제한하는 독일의 규제 탓에 K2 전차를 중동에 수출하지 못했는데 부품 국산화를 통해 중동 시장에 깃발을 꽂는다는 전략이다. 당장 전차 교체 시기가 다가온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두 나라에서만 18조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K2 전차의 심장인 국산 파워팩(변속기+엔진)을 생산한 SNT다이내믹스(변속기)와 HD현대인프라코어(엔진)는 중동형 K2전차와 국산 파워팩 실물을 ‘IDEX 2025’ 전시회 현대로템 야외부스에 함께 전시했다.
현대위아는 모빌리티 기반 화포 체계를 들고 UAE의 방산 전시회인 ‘IDEX 2025’를 찾는다. 경량화 105㎜ 자주포, 차량탑재형 81㎜ 박격포, 대 드론 통합방어 체계(ADS) 등이 대표 상품이다. 기아는 중형 표준 차(KMTV) 보닛형 베어섀시, 소형 전술 차(KLTV) 2인승 카고, 타스만 등 군용 특수차량을 주로 전시할 계획이다.
트럼프 행정부 중동 무기 수출 허가 변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021년 바이든 미 행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에 대한 무기 수출을 일시 동결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달라졌다. 중동 방산시장을 노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방미한 날, 의회에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 계획을 통보하며 11조원에 가까운 첨단 무기를 선물로 건넸다. 계획에 따르면 미국은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 3000발과 관련 장비는 오는 2028년부터, 2100발 이상의 GBU-39 폭탄과 유도 시스템은 내년부터 이스라엘에 인도한다.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과 사우디 등 아랍연맹과 유럽 국가들에서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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