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납 의혹, 기업 진상조사 요구
심각한 내부관리체계 훼손으로 인식
지배구조 개선·기업 투명성 강화 기대
최근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인 달튼 인베스트먼트가 성상납 의혹에 휩싸인 일본 후지 TV의 모회사인 후지미디어홀딩스(후지HD)에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후 달튼은 '진상 은폐'에 대해 기업 지배구조까지 언급하며 강수를 뒀고, 세 번째 서한에서는 히에다 히사시 후지산케이그룹 대표의 후지HD와 후지TV 이사직 사임을 요구했다. 달튼은 1999년 미국에서 설립된 펀드로 1월 기준 후지HD 주식 7.19%를 보유한 대주주다.
사건은 이렇다. 일본 연예계의 ‘큰손’으로 군림하고 있던 연예인 나카이 마사히로(52)의 ‘여성 문제’가 보도되면서 후지TV의 성상납 의혹이 터졌다. 후지TV 간부가 3년 전부터 여성 아나운서들에게 나카이를 성접대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대표 기업들이 후지TV에 광고 중단을 선언하면서 사태가 커졌다. 이 상황에서 달튼이 서한을 보내 '진상 조사'를 요구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후지TV가 입장을 밝혔지만, 달튼은 재차 서한을 보내 '진상 은폐'를 이유로 심각한 기업지배구조 결함을 지적했다.
사모펀드(PEF)의 경영 개입 활동은 수익을 극대화하고 기업가치를 향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다. 예컨대 비용 구조 최적화, 비핵심 자산 매각, 새로운 수익 모델 도입 등을 통해 기업의 재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소액주주를 대변해 경영진이 주주 가치를 무시하지 않도록 압력도 행사한다. 비효율적이거나 관행적인 경영 방식을 탈피하고 혁신을 촉진하는 계기도 마련한다.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투자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해 회생할 기회도 제공한다. 이는 모두 긍정적인 활동이다.
한데, PEF가 기업의 도덕적 이슈에 대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이 스캔들이 지배구조의 심각한 결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한 이유가 무엇일까. 도덕적 이슈 개입에 고개를 갸웃거릴 게 아니라, 숨은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
달튼은 이 문제가 기업 차원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성상납 의혹이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기업 내부의 문화, 의사결정 구조, 또는 관리 체계에서 비롯된 문제일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런 의혹이 지속적으로 묵인되거나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는 것은 내부관리 체계가 훼손된 것으로 심각한 지배구조 결함을 의미한다. 성상납과 같은 도덕적 이슈를 해결하지 못하면 기업 운영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주주의 신뢰를 잃게 된다. 도덕적 이슈가 결국엔 기업가치 하락을 이끌게 된다.
한 PEF의 수장은 필자의 시각에 대해 "의혹과 관련된 인물이 고위 임원이나 의사결정권자일 경우 이는 회사의 리더십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시사하는데, 이로 인해 빚어지는 경영진의 책임 회피나 도덕적 해이는 기업 지배구조 문제로 연결된다"고 동조했다. 달튼 역시 세 번째 서한에서 히에다 대표를 한 명의 독재자로 표현하며 이사회에 대해 완전한 지배력과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40년 가까이 지배했다고 비난했다.
PEF의 도덕적 이슈 개입에 시선이 따가운 이유는 개입 의도와 방식에 따라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PEF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활발한 활동에 우려의 목소리가 크지만 '외부 개입'을 왜곡된 시선으로 볼 필요는 없다. 달튼의 개입은 회사가 의혹을 방치하거나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지속적인 재정적 손실과 평판 악화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해 선제적으로 나섰다고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이 같은 개입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회사의 투명성을 높이는 '올바른' 강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선애 경제금융부장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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