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행업계 매출 손실액 300억원
'검토' 광주시 vs '반대' 전남도 입장차
근거리 운행 가능하나 허가 조건 어려워
경제·정치계 "국제선으로 피해 최소화해야"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광주·전남 여행업계의 상품 취소가 잇따르면서 업계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광주공항을 임시 국제선으로 개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광주공항 국제선 개항을 두고 광주시와 전남도가 극명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는 데다, 국제공항 전환에 필요한 절차, 안전성 확보 등을 보았을 때 국제선 취항에 있어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 광주공항 국제선 개항 논쟁 왜 시작됐나
광주관광협회에 따르면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국내 대형 여행사와 전세기 사업자를 제외한 중소 여행사의 1~2월 상품 취소 현황을 취합한 결과, 매출 손실액이 300억원 이상으로, 2,000여명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협회는 무안국제공항 폐쇄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코로나 대출금 상환 유예 ▲고용 유지 지원 ▲영세업체 손실 지원 ▲광주공항 국제선 재개항 등을 요구했다.
광주관광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 호소문을 내고 "광주 여행업계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며 "한시적으로라도 광주공항을 열어줘야만 우리가 버텨낼 수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코로나19로 고통받은 3년을 겨우 지났는데 무안 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했다"며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광주공항 국제선 길을 열어 주는 방법뿐이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광주시민이 무안 공항 최대 이용자인 만큼 광주공항 임시 국제선 유치를 통해 지역 항공 이용객 수요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광주시 '신중 검토' vs 전남도 '반대' 고수 …입장차 커
참사 이후 무안국제공항이 장기간 폐쇄될 예정이면서 광주시는 광주공항 국제선 취항을 검토하고 있다.
광주공항은 무안 공항이 2007년 개항하면서 국제선 노선을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하고 국내선만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지역 여행업계 요구와 함께 광주시는 5월 세계인권 도시 포럼, 9월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등 잇단 국제대회를 열게 됨에 따라 권역 내 국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11일 광주시는 국토교통부를 방문해 국내선 기능을 보유한 광주공항에서 일본과 대만, 동남아 등지를 부정기적으로 운항할 수 있는 국제선 유치를 타진했다. 당시 국토부는 "안전성의 문제가 먼저 해소돼야 한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는 무안 공항 운영 재개 시점과 광주공항 운항·수용 능력 등을 충분히 고려해 필요하다면 국토부에 부정기 노선 승인 신청을 할 방침이다.
다만, 국토부와 전남도의 무안 공항 폐쇄 시점이 다른 점도 광주시가 국제선 취항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반면, 전남도는 광주공항 국제선 취항과 관련 큰 제약이 따른다며 반감을 보인다.
전남도는 지난 6일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 취항과 관련한 건설교통국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2025세계양궁선수권대회의 성공을 기원한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광주공항 국제선 유치에 큰 제약이 따른다"고 말했다.
제약 사항으로 세계양궁선수권 대회는 국제경기대회 지원법상 국제선 유치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전남도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광주시의 국제선 취항 신청은 국토부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
또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이후 국토부의 공항 특별 안전 점검 결과 광주공항 또한 안전시설 개선 대상에 포함돼 안정성 확보를 위한 시설 보수가 필요한 상태다.
전남도는 "지금은 무안국제공항이 서남권 대표 관문 공항으로 재도약하도록 광주시와 전남도가 조기 정상화를 위해 함께 노력할 시기다"면서 "더 불필요한 논쟁이 진행되지 않도록 광주시의 대승적인 상생협력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 광주공항 국제선 운항 가능성은
광주공항은 무안 공항이 2007년 개항하면서 국제선 노선을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하고 국내선만 운영하고 있다.
광주공항 활주로 길이는 2.835km로 무안 공항 2.8km와 동일한 수준이다. 인천공항 4km, 김포공항 3.6km 등 대형 규모의 공항과 비교하면 활주로가 짧지만, 하와이 등 근거리 노선 운항은 고려할 수 있는 환경은 조성돼 있다.
그러나 실제 광주공항의 국제선 개항 여부는 미지수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1일 광주 동구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광주·전남 여행업계 간담회에서 "국토부와 논의하고 있는데, 무안 공항은 현실적으로 정비하고 문을 열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 걸리고 8월 정도로 예상한다"며 "광주공항을 국제공항으로 전환하는 것도 결국 거의 비슷한 시간이 걸린다. 입국장 등 또 다른 시설이 필요하고 국제공항의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 도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소관 부처인 국토부는 무안 공항의 재개장이 8월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광주공항도 임시 국제선 운항을 위해선 국제공항의 기준을 맞춰야 하는데, 서둘러 추진한다고 해도 무안 공항의 재개항 시기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참사의 핵심 요인으로 꼽히는 방위각 시설 기초대가 지면보다 70㎝ 낮아 성토 후 지하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국토부의 특별 안전 점검 결과 광주공항도 '안전시설 개선 대상'에 포함돼 더욱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 광주 경제·정치계도 광주공항 국제선 개항 목소리
광주상공회의소는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지난해 발생한 안타까운 제주항공 참사로 인해 무안국제공항 운영이 지난 1월부터 오는 10월까지 운영 중단이 예정되면서 광주·전남 지역의 여행·항공 업계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광주상의는 "올해는 광주 방문의 해이자 세계양궁선수권대회, 세계인권도시포럼 등 국제행사가 광주에서 개최되는 해로,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과 선수단의 광주·전남 방문이 예정돼 있다"면서 "무안국제공항의 폐쇄로 대체 이용할 공항이 지역 내 없어 광주를 찾는 외국인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국제 행사의 성공개최에 큰 제약 요인이 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광주 5개 자치구 구청장이 모인 구청장협의회에서도 정부에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 취항을 요구했다.
구청장협의회는 국내선만 운영하는 광주공항에 국제선을 취항해 여행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역민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또 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보장항목이 중복되고 금액이 자치구별로 상이한 구민 안전 보험을 개선하기로 했다.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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