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무역, 스캇 지분 콜옵션 행사 결정
2015년 경영권 인수 후 100% 지분 확보
자전거 시장 위축…작년 1000억원대 적자
'승자의 저주'가 될까. 영원무역이 자전거 자회사 '스캇' 2대 주주와 분쟁을 매듭지었다. 국제기관의 중재 끝에 스캇에 대한 지배력은 확대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불었던 '라이딩 붐'이 꺾이면서 실적이 악화됐는데, 자전거 시장은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서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원무역은 이달 초 이사회를 열고 스캇 창업주 바이트 자우그가 보유한 스캇 지분 전체에 대한 콜옵션(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 행사를 결정했다.
영원무역, 2년반 만에 스캇 창업주와 분쟁 종지부
영원무역은 의류 주문자위탁생산(OEM) 사업과 프리미엄 자전거 사업인 ‘스캇’을 운영 중이다. OEM은 스포츠 의류와 신발, 가방 등을 생산해 수출한다. 지난해 9월 기준 영원무역의 전체 매출에서 제조 OEM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8%, 스캇은 27%이다.
스캇은 1958년 시작한 스위스 소재의 프리미엄 자전거 제조·판매 기업이다. 주로 산악용 자전거를 취급하고 있으며 현재 북미와 유럽 등 60여개국에 진출했다. 스캇 자전거의 가격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해 고급 자전거로 분류된다.
영원무역은 2013년 스캇 지분 20%를 매입하며 자전거 시장 진출했다. 이후 2015년 30.01%의 지분을 추가 매입해 최대 주주(50.01%)로 올라섰다. 이 과정에서 영원무역은 스캇의 창업자이자 2대 주주던 비아트 자우그와 회사 공동 운영에 대한 주주간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7년 뒤 주주간계약을 둘러싸고 균열이 생겼다. 2022년 9월 영원무역은 비아트 자우그가 중대한 주주간계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중재를 신청했다. 비아트 자우그는 2023년 4월 반대 신청을 제기했다. 이후 2년 반 만인 지난 5일 ICC는 영원무역과 스캇의 공동운영을 종료하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비아트 자우그의 주주간계약 위반을 인정하고 비아트 자우그가 가진 스캇 지분에 대한 영원무역의 콜옵션 권리를 확인한 것이다.
영원무역은 즉각 비아트 자우그가 보유한 스캇 전체 지분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하면서 스캇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됐다. 현재 취득금액은 정해지지 않았고 기존 체결한 주주간계약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주식 가치를 산정한 후 결정될 예정이다.
고꾸라진 자전거 시장…재고 쌓인 스캇, 운영난에 부채 눈덩이
스캇은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이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실적이 정체되면서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한 자전거 사업이다. 영원무역은 스캇 지분 과반을 매입하는 데 1500억원 이상 넘게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스캇은 인수 초반부터 영원무역의 재무적 부담을 키웠다. 스캇은 2015년 자회사 편입 첫 해 80억원 상당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뒤 이듬해 적자로 돌아섰고, 2년 연속 200억원대 영업손실을 봤다.
이후 2018년부터 흑자로 반등해 2020년 코로나19 확산 당시 유럽에서 전기 자전거(E-BIKE) 붐이 불면서 폭풍성장했다. 2020년 매출액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고, 이듬해에는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2022년 정점으로 실적은 내리막을 걸었다. 2023년 매출액은 1조2424억원으로 전년대비 11% 빠졌고, 영업이익은 66%나 빠졌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6.57% 감소한 7225억원, 105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전환 이후 글로벌 자전거 시장 수요가 줄어들면서 판매가 감소하고 재고가 쌓인 탓이다. 스캇 매출의 80% 이상은 자전거 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스캇은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영원무역은 2023년 12월 1억5000만 스위스프랑(2300억원) 규모를 빌려준 데 이어 지난해 12월 대여 기간을 연장했다. 또 총 4228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에 나선 바 있다. 특히 스캇은 지난해 3월 HSBC은행으로부터 1709억 규모를 빌린 데 이어 불과 3개월 만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으로부터 1767억원 규모의 신규 차입에 나섰다. 지난해 12월에도 신한은행으로부터 751억1250만원을 빌렸다. 스캇의 부채 규모는 자회사 편입 첫해 3097억원에서 2023년 말 기준 1조80억원까지 불어났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은 8500억원이다.
이는 영원무역의 재무적 부담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원무역의 누적 영업이익은 3420억원으로 1년 전(5580억원)보다 2000억원( 39%)이나 줄었다. OEM 사업의 영업이익이 777억원 감소했는데, 스캇이 영업이익이 1500억원가량 급감한 영향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영원무역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0~50%가량 많이 감소할 것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허제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스캇은 재고 수준이 높아 지속적인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까지 강도 높은 재고 소진 과정을 거치면서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스캇 사업부의 기저효과가 일부 나타날 가능성이 있지만 근본적인 수요 회복을 예단하기에는 단서가 부족하다”며 “OEM 사업부의 회복력을 강화해 스캇의 실적 부진을 만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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