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남 부탁으로 승진시키고
'대출 브로커'하던 처남 관련 대출
승인하도록 압박"
"처남 관련 보고 받았지만 무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손위처남의 청탁으로 승진시킨 여신 담당 직원에게 '불법' 대출을 승인하도록 압박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12일 법무부가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손 전 회장 공소장에 따르면 손 전 회장은 손위처남으로부터 2021년 우리은행 신도림동금융센터 영업그룹장이던 임모씨와 관련해 "본부장으로 승진시켜 선릉금융센터장으로 보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해 12월23일께 손 전 회장은 임씨를 본부장으로 승진시켰다. 성모 전 부행장도 처남으로부터 승진 및 인사발령을 내달라는 부탁을 받고 2022년 2월25일 승진시켰다. 이후 처남은 임 본부장 후임 인사에도 관여해 2022년 12월30일 손 전 회장은 처남이 부탁한 직원을 선릉금융센터장으로 발령했다.
검찰에 따르면 손 전 회장은 임 본부장이 본부장으로 승진하자 전화를 걸어 '어렵게 승진했는데, 알지? 축하하고 너무 튀지 않게 조심조심해라'고 이야기했다. 이후 2022년 11월께 성 전 부행장에게도 대출 브로커로 활동한 처남이 알선한 대출에 대해 '잘 살펴봐라'로 말했다. 2023년 4월께에는 다시 전화해 '우리 형님 잘 부탁한다'고도 말했다.
손 전 회장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처남을 주의하라는 내부 보고를 수차례 받고 무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8월께 우리은행 감사로부터 '처남이 우리은행 대출브로커로 활동한다는 소문이 있으니 주의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았다. 2020년부터 2021년 사이에는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으로부터 '우리은행 사람들이 처남을 많이 찾아간다'는 내용을, 2022년에는 우리은행 홍보브랜드그룹장으로부터 '회장님 친인척인 처남이 우리은행 명예지점장 명함을 갖고 다니며 우리은행에 영향력이 있다고 말하고 다닌다. 이 내용을 회장님께서 알고 계셔야 할 것 같고 회장님에게도 좋지 않으니 조치를 취하시는 것이 좋겠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았다.
2022년 1월께에는 손 전 회장이 여신그룹 부행장에게 '처남이 대출 브로커로 활동하며 이와 관련된 부실대출이 은행 내부에 상당수 암암리에 취급되고 있으며 그 실무를 임 본부장이 담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투서를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손 전 회장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손 전 회장은 처남의 대출 편의를 봐준 이들의 승진을 도우면서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반대도 묵살했다. 2021년 12월 우리은행 본부장급 승진 인사에서 임 본부장은 인사부 1차 평가에서 100명 중 99등, 승진추천위원회의 2차 평가에서 100명 중 71등에 불과해 권 전 행장이 이 결과를 바탕으로 임 본부장을 승진자 명단에서 제외하고 그 결과를 우리금융지주 로 송부했다.
하지만 손 전 회장은 승진자 명단에 임 본부장을 포함시킬 것을 지시했다. 이에 권 전 행장은 "어떻게 이런 질이 좋지 않은 징계 이력이 있는 사람을 본부장으로 승진을 시킬 수 있느냐. 나는 도저히 인사안에 서명할 수 없으니 다시 생각하여라"며 거부했다. 손 전 회장이 이 사실을 전달받고 2~3회에 걸쳐 재차 지시했고 권 전 행장이 '내가 어떻게 이런 인사를 할 수가 있느냐'라고 또다시 거부하자 손 전 회장은 "지가 뭔데 되니 안 되니 얘기를 하느냐. 건방지게"라는 말을 했다. 이 발언은 당시 우리은행 HR그룹장이 듣고 권 전 행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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