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 부정선거 가능성 일축
백종욱 전 국정원 3차장, 부정선거 관련 언급 피하기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7차변론에서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로 꼽은 '부정선거 의혹'을 둘러싸고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의 공방이 치열하게 이어졌지만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증언은 나오지 않았다. 국회 측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증인신문 내내 부정선거 가능성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윤 대통령 측 증인인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은 선관위 전산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서도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11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사무총장은 부정선거를 전제로 한 윤 대통령 측의 질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21대 국회의원 선거 재검표에서 가짜투표지가 발견된 적이 있었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도 "보고받기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투·개표는 실물 투표와 공개 수작업 개표로 하고 전자장치는 이를 보조하는 장치로 쓰이느냐는 질문에도 "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투·개표 시스템이 해킹을 막는 데 부족하지 않다는 점을 피력한 것이다. 앞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장 질의에서 밝힌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윤 대통령 측이 줄곧 주장해 온 '선관위 시스템 비밀번호가 단순하다'라는 국정원 보안점검 결과와 관련해서도 모두 해소됐다고 답변했다. 김 사무총장은 "선관위가 컨설팅 결과를 수용해 모든 시스템 비밀번호를 안전한 방식으로 변경했다"면서 "개선된 상황에서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 증인인 백 전 차장도 선관위 시스템에 대한 취약성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2023년 선관위 종합시스템 검사 결과와 관련한 윤 대통령 측 질문에 "여러 취약점이 있었다"면서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하는 인터넷, 업무망, 선거망이 연결된 접점이 있어 외부에서 침투가 가능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도 백 전 차장은 '해킹 가능성이 부정선거 가능성이 되려면 훨씬 더 어려운 조건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국회 측 질문에 "우리가 본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부정선거 관련해서는 말하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이어 선거 시스템에서 침입당한 흔적을 발견했느냐는 질문에도 "점검한 5% 내에서는 없었다"고 증언했다. 국정원은 전체 장비 중 약 5% 장비를 선별해 점검했다.
지난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 의혹을 재차 주장하면서 "선관위에 병력을 보내라고 한 것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내가 말한 것"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오전 9시 헌재에 도착해 10시 변론 시작부터 심판정에 출석해 발언을 이어갔으나 백 전 차장의 증인 신문을 앞둔 오후 4시25분 퇴정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 6시18분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헌재를 떠났다. 정작 부정선거 의혹을 둘러싼 진술이 핵심이었던 백 전 차장과 김 사무총장 증인신문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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