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실상 개점휴업
국세청 움직임 재계 촉각
특수활동비(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특경비)까지 전액 삭감된 검찰이 사실상 개점 휴업이다. 인사철까지 맞물려 수사 공백 우려가 나온다.
1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3분의 1가량 감소했다. 검찰이 교통비, 장비 사용료, 검사 및 수사관들의 출장비·식비 등 기본적인 비용 지출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급한 사건이 아니면 강제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고 한다. 검찰은 통상 비공개 수사·정보 활동은 물론이고 압수수색, 피의자나 참고인 조사에 드는 비용 등 수사 실무에 필요한 기본 경비를 특활비와 특경비에서 지출해 왔다.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재경지검에는 비자금, 차명계좌 활용한 조세포탈 고발건 같은 경제범죄와 국세청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사건이 산적해 있다. 검찰 내부에선 지휘부를 중심으로 '수사비가 없어 해야 할 수사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 당혹스럽다'는 기류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현재 검찰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웬만하면 경찰송치 사건 위주로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일례로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추가 압수수색이 불가피한 사건에서도 영장 청구를 미뤘다고 한다. 설령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집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국세청이 지난해 세무조사를 실시했고,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국세청의 자료를 기다리자’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간부는 “식대마저 집행하기 어려워 선별적으로 강제 수사에 착수하고 있다”며 “검사 탄핵에 이어 관련 예산까지 없어져 조직의 사기가 굉장히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다른 검찰 간부도 “필수 수사 경비가 없어 압수수색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까지 생길 우려가 있다”며 “피의자가 덕을 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활비와 특경비까지 전액 삭감돼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아진 검찰과 달리 예산을 보전한 국세청은 기업 사정에 적극 나서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법률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의 특별수사 동향에 관심을 기울이던 재계는 국세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활비·특경비 삭감이 없는 국세청은 예년과 다름없이 정기·특별 세무조사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앞세워 검찰 몫까지 사정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4일 한국자산신탁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용역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등 사익을 추구한 혐의로 임직원이 구속기소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회사로 들고 난 불법 자금이 있는지 등을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토지신탁에 대한 세무조사에도 착수했다. 한국토지신탁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이승학)의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에는 DL이앤씨 등 DL그룹 계열사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했다. DL그룹은 사주 일가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다. 조세범칙조사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의도적인 조세 포탈 행위가 발견될 경우 진행된다. DL그룹 외에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효성중공업, 만나코퍼레이션, 더케이텍, 골프존뉴딘그룹, 알에프세미 등의 다수 대기업의 사주 일가와 특수관계법인 간 자금 거래와 세금 탈루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당장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세무 조사 선상에 오른 한국자산신탁은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를 통해 당국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국세청과 검찰에 모두 대응하기 위해 두배의 노력이 들고 있다”고 말했다.
우빈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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