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새 특허 증가율 79%로 1위
특허출원 비중 지난해 34% 넘어
반도체·배터리 등 분야 다양
특허 침해 소송 방지 전략
지난해 삼성전자의 특허 출원 건수가 1만3000건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삼성전자가 차지한 비중도 특허 출원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34% 이상 차지했다. 국내 다른 기업들의 특허 출원 건수가 늘어나면서 비중이 가장 컸던 2023년 37%대보다는 낮아졌지만 기술역량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결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실제 상품 상용화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0일 특허청에서 받은 ‘최근 5년간 연도별 특허 10대 다출원인(多出願人)별 출원 현황(2020~2024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특허 출원 건수는 1만3329건으로, 5년 전인 2020년 7447건보다 거의 2배가량 늘었다. 5년 새 특허건수 증가율도 79%로, 1위였다.
특허 출원 비중도 2020년 상위 10개 기업 중 26.5%에서 2023년 37.4%로 뛰었다. 지난해는 다른 기업들의 특허 출원이 늘면서 그 비중이 34.7%로 소폭 낮아졌다.
삼성전자 특허 출원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인공지능(AI), 5G 및 통신 장비, 배터리 등 기술 대부분 분야를 망라한다. 특허를 강조하는 건 갈수록 치열해지는 기술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다. 2011년 삼성전자는 애플이 아이폰 디자인 및 화면구성 관련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7년 가까이 소송전을 치렀다. 또 2020년에도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인 에릭슨이 삼성이 5G 및 LTE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근엔 미국 특허관리전문업체가 삼성 폴더블폰이 자사 통역기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특허 확보가 글로벌 경쟁에서 여러 가지 이점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내부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최근 갤럭시워치의 생체전기임피던스(BIA) 측정 장치와 보행 보조용 웨어러블 로봇 ‘봇핏’ 등의 신기술 제품에 자사 특허 기술을 적용한 게 단적인 예다. BIA 측정 특허로 갤럭시워치에 체성분 분석 기능을 적용했으며 이를 통해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보행 보조 기술 및 로봇 제어 알고리즘 관련 특허를 활용해 ‘봇핏’을 개발했다. 이는 재활 및 보행이 불편한 사용자를 위한 맞춤형 웨어러블 로봇으로 상용화될 예정이다.
특히 과거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신화를 이끌었을 때도 꾸준한 특허 출원은 기술력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부터 전사적으로 논문 발표, 특허 출원을 장려하면서 기술 수준을 높여왔는데, 1992년 세계 최초로 64Mb D램 개발에 성공하며 결실을 봤다. 삼성전자에서 30여년간 반도체 산업을 이끈 임형규 전 사장은 자신의 저서 ‘히든 히어로스’에서 "선진 기업들에 거액의 특허료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유효 특허 확보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며 "사업 초기부터 특허 출원이 강조됐고, 의미 있는 국제특허는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우수한 논문의 경우 특허 출원 후 해외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세계 학술지 논문 등재율도 높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통계를 살펴봐도 삼성전자의 특허 건수 순위는 상위권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발표한 세계 특허 활동 통계에서 3924건의 특허를 출원해 2위에 오른 바 있다. 삼성전자 외 세계 순위권에 든 국내 기업은 LG였으며 1위는 화웨이(6494건)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허는 모든 기술의 원천이며 선제적으로 기업이 특허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해외 특허 분쟁이 많아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특허권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특허 추월한 LG에너지솔루션‥K배터리 특허출원 약진
배터리 기업들의 특허 출원이 크게 증가했다. 전고체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심화하면서 기업들은 연구개발(R&D)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적극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특허를 대거 확보하며 기술 선점을 위한 경쟁을 펼치는 모습이다.
김 의원실 요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상위 10대 기업의 특허 출원 건수는 매년 증가했다. 2020년 상위 10대 기업의 특허 출원 건수는 2만8146건이었으나 2024년에는 3만8448건으로 약 36.7%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심화 속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특허 전략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20년 LG전자가 전체 특허 출원 2위를 기록했으나 2024년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2위로 올라선 것이다. 이는 배터리 산업의 기술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음을 시사한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기업들의 특허 출원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삼성SDI는 2023년 1414건에서 2024년 2904건으로 크게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 또한 2021년 2599건에서 2024년 4615건으로 증가해 4년 새 약 78%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배터리 기업들이 차세대 배터리 기술 경쟁을 강화하며 생산 공정과 소재 혁신, 에너지 밀도 개선 등 여러 방면에서 R&D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고성능, 장수명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특허 출원이 급증하는 추세다.
디스플레이 업종에서도 특허 출원이 증가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20년 1222건에서 2024년 2181건으로 78.5% 증가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또한 같은 기간 2957건에서 3754건으로 27.0% 늘어나며 기술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기는 각각 2022년, 2021년부터 상위 10대 기업 명단에서 제외됐다. LG화학은 2020년 LG에너지솔루션이 분사한 이후 특허 출원 건수가 급감했다. 2020년 4000건대였던 특허 출원 건수는 최근 1000건대로 감소했다. 이는 배터리 사업에서 벗어나 석유화학, 바이오, 친환경 소재 등으로 R&D 초점을 이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친환경 플라스틱, 생분해성 소재, 탄소중립 관련 기술 특허 출원이 증가하는 추세다.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는 매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매년 2000~3000건대, 현대모비스는 1000건대의 특허를 출원하며 전기차, 자율주행, 친환경차 관련 기술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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